동북아시아에 새로운 경제협력의 가능성이 한·중·일 3국 지방정부간 논의가운데 구체화되고 있다. 2002년 들어 유럽연합(EU)이 단일 화폐인 유로화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미국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올해 안에 남미까지 확대할 계획을 발표해 세계경제의 블록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한·중·일 3국의 경제적 역동성(dynamism)은 머지않아 동북아 지역이 EU와 NAFTA에 이어 세계경제의 3대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지역주의 확산에 따라 세계경제활동의 큰 비중을 점유하는 동북아 중심국인 한·중·일 3국은 '지방정부간 협력을 위한 국제회의'를 지난 6, 7일 양일간에 걸쳐 개최하였다. 이번 회의를 통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덤덤했던 한·중·일 '3국 3색'이라는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방안을 도출하게 됨으로써 국가간 구상되고 있는 '동아시아경제권'형성에 지방정부 차원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한·중·일 동북아지역은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한·중·일 동북아 지역이 세계인구의 약 4분의1을 점유하는 거대한 세계적 잠재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러하고 또한 경제의 척도라 할 수 있는 GDP규모에 있어서도 한·중·일 3국 모두가 세계10위권 안에 랭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세 나라의 무역규모도 수출이 전 세계의 14.4%, 수입이 11.5%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 지역에 경제가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정보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정보화'에 있어서 이미 세계 선두자리를 고수하며 IT강국으로서 정보화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도 역시 세계적 수준의 하이테크산업 메카로 자리잡은 북경 중관촌(中關村)을 중심으로 정보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1992년 수교를 맺은 이래 '21세기 동반관계'로서 올해로 수교 10주년을 맞고 있으며 경제 문화 관광 등 여러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교류의 폭과 내용이 확대되어 나가고 있다. 한·일 관계에 있어서도 '한·일 파트너십'이 구축되어 왔고 특히 2002년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한·일 국민교류의 해'를 통해 양국 국민간 상호이해와 우호증진을 위해 모든 분야에서 교류·협력이 확대되어 왔다.

유럽 단일통화인 유로(Euro)를 탄생시킨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Robert Mundell)'교수도 지금이 바로 '한·중·일 자유무역지대 블록'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그 동안 많은 학자들 사이에서 '한·중·일 지역경제협력체' 구성이 거론되어 왔으며 한·중·일 3국간 단일경제권 구축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움직임이 점차 힘을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한·중·일 국제회의'에서 한·중·일 낙후 자치단체를 지원하고 이들 자치단체의 기업들이 자본과 노동시장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동북아개발은행' 설립과 또한 21세기 동북아지역 지도자양성을 위한 '동북아 지도자대학'의 설립, 그리고 세 나라가 공동의 과제를 구체화하고 중장기적 비전을 구상하기 위한 3국 정부와 전문가들의 '동북아포럼'형성 등 한·중·일 지방정부들이 모여 단순한 우호친선교류의 수준을 넘어 '공생형(共生型) 국제협력'의 방향을 모색하게 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지금도 한·중·일 3국은 동북아지역의 공동발전을 위한 역사적인 도전과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지방정부간 네트워크를 더욱 긴밀하게 구축해 나가야 하고 지방정부간 정보공유를 통해 경험과 지혜와 문제를 서로 나누고 벤치마킹해 나감으로써 상생(相生)과 공존(共存)의 운명공동체로 상호 발전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한·중·일 3국이 진정한 파트너로서 협력적 공조체제를 구축한다면 상호혜택과 상승국면(win-win situation)이 주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를 위해 한·중·일 3국이 상호 대등한 동반자로서의 인식을 같이 하면서 3국을 둘러싼 미래전망과 현재에 대한 인식 및 장애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는 접근자세가 그 어느때 보다도 절실하다. <임수복 (행자부 지자체국제화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