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민생, 노동, 환경 등 여러 사회분야에선 희망섞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지만 예술문화쪽의 앞길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2005년 1월 협상을 완료해야 하는 WTO서비스협상에 대한 충분한 연구도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인 데도 아직 우리는 모든 분야에 '문화'라는 단어만 붙이면 문화정책이 되는 양 오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문화정책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순수예술쪽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올 문화예산 1조2천815억원은 문화예술진흥분야보다는 체육진흥, 문화재단 관련사업, 문화사업, 청소년 육성사업, 관광진흥 등의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순수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예산은 고작 2천505억원 정도에 머물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WTO서비스협상 결과에 따라 2005년부터는 공연과 출판·영화·인쇄산업 등에 이르기까지도 정부지원이 완전히 중단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에선 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문화예술이 지역 발전의 모태가 되도록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순수예술에 중점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직 문화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제대로 못해 놓은 우리나라가 국제문화전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선 문화산업 육성과 문화콘텐츠 확보의 토대가 되는 순수예술진흥이 최대의 관건이다. 이를 위해선 정보통신산업과 문화산업분야의 컨소시엄 사업에 대한 육성 및 순수예술지원정책을 문화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선진국들의 성공적인 사례와 국내외 전문가들의 연구발표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순수예술문화진흥을 위한 공공보조와 민간(재단·개인·기업) 후원금을 통한 재원확보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하지만 인천은 타 지역과는 다르게 본사를 이 곳에 두고 있는 기업이 적기 때문에 기업 후원금 등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공공보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초과학이 산업기술을 지탱해주는 것과 같이 순수예술분야가 끊임없이 왕성한 활동을 통해 지역문화발전의 원동력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비영리문화단체에 대한 육성과 예술인이 예술을 전업으로 삼아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문화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또 기술·기획·전문요원 양성을 통한 인재은행 그리고 기존의 박물관, 도서관 등의 각종 시설을 테마화하는 문화서비스의 향상도 중요한 몫이다.

인천시의 중장기 발전계획(안) 중 문화부문을 들여다보면 도서관, 문예회관, 구도심건물 리모델링, 박물관, 여성회관, 청소년회관, 체육시설건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또 인천대표축제 신설, 세계악기박람회, 민속축제(대보름·단오절·추석), 인천문화재단설립, 문화사업 시민모니터링제 도입 등도 적극 추진한다고 한다. 이런 거창한 계획도 중요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각 군·구마다 필요한 시설이기 때문에' 또는 '타 지역에서 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빠질 수 없어서'라는 식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엔 초기계획을 놓고 전문단체와 전문인들의 자문을 폭넓게 수용하는 인천시의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천의 문화예술인들 또한 현재의 여건(보조금·진흥기금)에 안주하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시의 문화행정방식에 맞춰 한번에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한 덤핑식의 축제 또는 행사를 만들어 내서도 안된다. 꾸준히 연구하는 자기계발을 통한 발전, 그리고 예술문화의 발전을 위한 마인드 수립과 실천에 게으름을 피워서도 안된다.

'인천을 문화복지도시로 만들겠다'는 시의 의지는 문화·서비스 분야 WTO 완전협상 이후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지역 문화정체성에 마인드를 바탕으로 할 때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엔 그동안 타 도시의 문화행정을 부러워하고 있는 인천예술문화계에 일대 변화의 전기가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이선주 (인천예총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