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올해 우리 나라의 중고자동차 거래량은 신차의 1.5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 침체 등 국내외의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다른 산업에 비하여 현상유지 이상의 전망을 내놓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중고자동차 시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고 특히 소비자들의 선호도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중고자동차 유통시장의 현황은 어떤가 한번 되새겨 볼 만하다. 최근 들어 중고자동차에 대한 각종 매스컴의 보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 할 만하나 주된 내용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기시키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중고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래량이 급속도로 증가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피해사례도 급증하여 사회 문제시되고 있으며, 중고자동차 거래규모에 비하여 낙후된 유통 구조, 영세한 매매업체, 자격미달의 종사원, 유통전문가 부족 등 총체적인 문제가 한꺼번에 부각되고 있고 특히 소비자들의 중고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정적으로 각인되는 것은 중고자동차의 발전가능성을 매우 어둡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서 더욱 걱정이 된다.

종종 일본, 독일 등 선진 중고자동차 유통환경과 자주 비교되는 경우 우리의 선진 중고자동차 유통 달성이라는 목적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부정적인 문제를 불식시키고자 2002년 4월부터 건설교통부 주관으로 '중고자동차 성능점검기록부'를 의무교부하고 있으며, 올해 7월1일부터는 재정경제부 주관으로 '품질보증제'를 전격적으로 시행예정으로 있어 중고자동차 유통시장의 개선을 꾀하고 있다.

중고자동차 시장에 대한 정부 관련 부서의 관심은 매우 반가운 일임에는 틀림없으나 상기의 정책은 우리 나라의 중고자동차 시장의 현황 및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수립 시행되어 건전한 중고자동차 유통 활동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소비자들의 권익보호에 손상을 입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선 건설교통부에서 주관하고 있는 성능점검기록부 의무교부의 경우 내용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형식적인 부분이 있어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의무교부임에도 불구하고 미교부자에 대한 법적 제재 등이 미약하고 당국의 집행의지에도 문제점이 있다.

또한 성능점검기록부의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시설, 시간, 비용은 물론이고 핵심사항인 전문 기술인력이 필요하나 형식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부분의 소비자들의 홍보 부족 및 이해 부족으로 의무교부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며, 이러한 형식적인 교부는 매매업자의 기피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결국 소비자의 비용증대로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게 된다.

중고자동차의 상태를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진단평가할 수 있는 선진 시스템을 도입하고, 성능점검기록부, 품질보증제에 대한 정확한 이행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한 후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 과정을 도입하여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또 성능점검기록부의 내용을 현실에 맞게 면밀하게 검토 수정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인력기준 및 시설기준을 강화하며, 시행 주체는 매매업자가 아닌 객관적인 비영리 단체를 통하여 시행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의무교부 위반시의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당국의 이행의지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성능점검기록부를 정확히 기록할 수 있는 전문 중고자동차 진단평가 인력을 제도적으로 양산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의 중고자동차 선택을 위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손해보험협회의 보험사고 이력 및 일급 정비업소 등 대형 정비업소의 정비이력을 열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개발토록 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상기의 개선방안을 고려할 경우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선진 중고자동차 유통구조가 가능하며, 일본이나 독일 같이 최고의 선진 중고자동차 유통망 구축도 가능할 것이다./김필수(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