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외적으로 경제환경에 악재만 연속되어 오랫동안 경제에 몸담았던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많다. 우리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제일 힘든 곳은 역시 중소기업이다.

우리 경제의 90%가 중소기업체이다. 중소기업이 병약해 진다면 나라경제도 병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중소기업이 병마를 이기고 우뚝 설 수 있게 체질을 강화하여 웬만한 비바람에도 의연할 수 있는 처방이 없을까?

현재 각 시·도별로 중소기업지원센터 외에도 지방중소기업청 등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유관기관들이 많고 지원사업도 많으며 거의 비슷비슷하다. 이렇게 지원기관과 지원사업이 많은데도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렵다. 따라서 외부지원기관들의 지원사업이 효율성이 없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의문을 가지고 재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고 본다.

현재 중소기업 종합지원센터의 지원사업은 글자 그대로 '종합지원'이라는 명칭에 충실해서인지, 중소기업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워낙 많아서인지, 종합상담, 자금지원, 기술지원, 수출 및 판로지원, 정보화지원, 인력 및 교육지원분야 등에 무려 30여가지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중에 시제품개발지원, 해외바이어 신용정보제공, 박람회부스 임차료지원, 방송·광고비 지원 등 20여개 사업은 일회성 지원이면서 매년 반복되고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부분적인 지원사업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 지원절차도 천편일률적으로 공고→접수→심사→지원으로 공고를 본 사람만이 혜택을 받는 식이다.

즉, 우연히 가게에 들른 사람만이 물건을 가져간다는 격이다. 부분적 지원이라는 문제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 외출하려는 사람들에게 누구에게는 안경, 누구에게는 모자, 누구에게는 신발 등을 따로 따로 나눠주는 것과 같아 한 사람도 옷 등을 제대로 갖추고 외출하기는 어려운 셈이 된다.

따라서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는 금년부터 중소기업 지원방식을 변경해 나가려고 한다. 즉 중소기업을 지역별→업종별로 나누어 학교, 연구기관, 각종 사업자단체 등과 연계하여 지원해 나가는 '패밀리·클러스터 사업'을 전개하려는 것이다.

패밀리사업은 일종의 지역별 클리닉 사업으로서 일정지역의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을 패밀리사업 추진주체로 선정하여 이 추진주체가 지역내의 중소기업을 가족회원으로 모집, 개별기업을 진단하여 취약한 부문에 대하여 중소기업지원센터의 지원사업을 묶어서 지원하는 것이다. 즉 산발적 종합지원에서 일체적, 종합적 지원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학이 패밀리사업의 추진주체가 되면 대학은 지역 내 중소기업에게 기술과 이론을 산업현장에 접목할 수 있고 학생들의 실습과 일자리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중소기업은 대학에서 검증된 고급인력을 얻을 수 있고 대학의 고가장비들을 이용해 실험도 하고 아이디어를 기술화, 사업화 할 수 있어 서로가 상생(Win-Win) 할 수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지원센터는 이들에게 자금과 정보 등을 제공하는 든든한 후견인이 되어 도내 전 중소기업에게 학·연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원사업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클러스터사업은 업종별 클리닉 사업이라 할 수 있는 바, 이미 완성된 경기도의 산업지도 등을 기초로 경기북부지역의 섬유·염색산업, 여주·이천·광주의 도자기산업, 성남이나 안양의 IT산업 등의 집적지에 필요한 사업을 지원하여 동종업종들이 점점 모이도록 유도하여 특화된 산업단지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앙 단위의 각종 지원시책을 연계하여 해당산업의 총체적 경쟁력을 높여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도내 과학기술자들의 중지를 모으고 시·군 등 관계기관의 유기적 협조를 얻어 패밀리·클러스터 사업용으로 금년도에 책정된 8억여원의 예산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그 결과를 평가해 가면서 내년도부터는 좀 더 많은 예산으로 좀 더 많은 중소기업 가족을 찾아뵈었으면 한다./한정길(경기中企지원센터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