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사회는 복잡 다양한 사회로 급속히 나아가면서 지방 분권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지방자치의 기능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의 재정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그 어느때보다 자주재정 확보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정착,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에 부응하는 재정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행 지방세제 체제로는 이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하에 최근 일부 국세의 지방세화 개편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방자주재원 확충과 자치단체간 재정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일본의 '법정외세(法定外稅)' 제도의 도입에 대해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법정외세는 법률의 근거에 의해 지방세를 징수하는 것이 아닌, 지방의회의 조례제정에 의해 징수하는 제도다. 지방자치제 하에서 자치단체에 부여된 자주재정권을 보장하고 지방자치 이념을 구현하는 뜻에서 조례제정으로 세금을 신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법적 측면에서 보면 예외에 해당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법정외세는 자치단체의 기본적인 재정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세제가 아니라, 지방의 특별한 정책을 수행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제도로서 지방의 특수 부존자원을 발굴하여 세원화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
일본에서는 1870년대부터 법정외세 제도를 시행해오고 있으며 2000년 4월 지방분권일괄법을 제정, 공포하여 현재는 법정외세의 보통세 뿐만 아니라 목적세까지도 가능토록 하고 있다.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법정외세로는 ●도부현세(都府縣稅)로 석유가격 조정세, 핵연료세가 있고 ●시정촌세(市町村稅)로 상품권세, 광고세, 문화관광시설세, 임산물수출세, 사리채취세, 별장 등 소유세가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법정외세로는 ●삼중현(三重縣)의 산업폐기물매립세 ●요코하마시의 승마투표권발매세 ●동경도(東京都) 등 인근 대도시의 통근세 ●산리현(山梨縣)의 낚시세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1992년도에 지역균형개발 및 수질개선과 수자원보호 등에 소요되는 재원확보를 목적으로 법정외세와 유사한 지역개발세를 지방세(도세)로 신설, 시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2001년도 전국 지역개발세 징수액은 86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지방세 징수총액 26조6천648억원 중 0.3%의 극히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안양시의 경우, 작년 한해 지역개발세 징수액은 고작 1억200만원에 불과할 뿐이다.

법정외세 제도의 도입을 위해서는 자치단체와 주민이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지역의 일은 주민의 뜻에 따라, 주민의 부담으로, 주민 스스로 처리한다는 성숙된 주민의 자치의식과 공감대가 필요하고 이의 도입에 따른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충분한 연구,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법정외세 도입은 결국, 주민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우려를 낳을 수도 있겠으나, 신설세원 허용에 대한 제도적인 통제가 가능하고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자치단체장 특성상 주민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사회환경의 변화와 함께 자치단체의 기능이 크게 확대추세에 있는 반면, 자치단체가 안고 있는 열악한 재정으로는 감당키 어려운 지방재정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제 새로운 지방세원의 개발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다.

이에 지방의 특수 부존자원을 세원화함으로써 지역특성에 맞는 발전을 도모하고 자치단체의 자주재원 확충에 기여할 수 있는 법정외세 제도를 하루빨리 도입할 수 있도록 심도있는 연구와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겠다고 하겠다.
/신중대(안양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