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제주에서 전국의 예총 대표들이 모인 제20차 예술인 대표자 대회에 참석했다.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예총을 관변단체로 규정하고 몇푼 주는 경상비 조례를 없애겠다는 내용을 보도를 통해 접한 지라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이번 회의에는 전국에서 350여명이 모여 예총과 예술계가 당면한 과제에 대해 강연을 듣고 토론을 벌이는 자리였다.

“기업과 예술의 조화가 위대한 사회를 만든다”라는 주제는 당연한 논리인 것 같지만 현실에서 기업의 후원을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아 기업은 사실상 예술인들의 짝사랑 대상이다.

문화예술의 보호육성 및 지원을 의미하는 '메세나'는 로마시대의 정치가였던 마에케나스로부터 시작돼 예술을 좋아하는 부유한 귀족들로부터 가난한 예술가들이 후원을 받았으며 가난한 예술가들은 그들의 후원으로 창작에 몰두할 수 있었다.

오늘날 모든 종류의 예술을 위한 광대한 시장은 자본주의의 산물이며 넓은 의미에서 예술은 수많은 사람들이 요구하는 일종의 상품이다.

자본주의가 대중들에게 물질적 풍요로움을 안겨주고 예술작품의 시장을 만들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예술에 대한 순수성이나 가치성을 향상시킬 수는 없는 것이고 이것이 자본주의의 한계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예술은 이상을 추구하지만 자본주의는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하여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즉 물질문명과 예술정신 문명은 인간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아직 지원은 미미하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글로벌 시대에서의 문화사업 경쟁력은 곧 국가의 경쟁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업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과거와 같이 단순한 시혜적 차원에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전통적 지원방식인 일방적 지원에서 상호 호혜적인 협력관계로 변하고 있다.

기업은 뚜렷한 전략적 목표하에 적합한 지원대상을 찾고 지원받는 예술인 및 단체는 기업에 반대급부를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그리하여 기업과 예술이 협동의 관계로 조화를 이룰 때 균형있는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1970년대말 영국도 IMF라는 국제통화기금 지원체제를 겪었을 때 대처 정부는 과감히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일대 전환을 했다. 이 전환의 견인차 역할을 문화와 예술 분야가 담당해 국가의 경제적 부와 사회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문화부 관계자들도 이번 대회에서 문화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그에 합당한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정책과 실천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과 경륜·경정법을 통한 문화예술의 지원정책(안)을 설명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하지만 원칙없는 지원정책으로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모습에 회의를 느끼게 했다. 문화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을 개정하기 전에 문화예술 관련 단체와 공청회 또는 간담회라도 미리 가져 의견을 수렴하는 열린 귀가 필요할 때가 아닐까 아쉬움을 갖게 한다.

한 나라의 문화예술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제도를 개혁하고 문화예술의 기본방향을 굳건하게 세워 21세기 선진 문화창달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정규호(한국예총 경기도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