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방송(EBS)이 실시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관련한 여론조사가 흥미를 끌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인 교사·학생·학부모의 3분의 2가 전교조 교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사대상자의 3분의 2는 전교조의 정치참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학부모의 3분의 2가 전교조의 반전평화 공동수업이 편향된 가치관을 주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교장선생님의 자살사건으로 전교조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시기에 나온 조사결과라 시사점을 주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전교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교단의 민주화'에 기여한 것을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다음으로 '수업의 질 향상'과 '학원비리 척결' 등의 순으로 조사되었다.
대상별로는 교사는 59.0%가 '교단의 민주화'를 꼽고있는 반면, 학부모는 '비리척결'(29.0%), 학생은 '수업의 질 향상'(26.2%)에 있다고 응답했다. 관점의 차이는 있으나 전교조가 출범한 이래 교단에 미친 긍정적인 효과는 부인할 수 없다. 과거 교단의 지시 일변도적인 보수성을 타파하고 획일화된 주입식 교육에 변화를 가져 온 점은 큰 성과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사학재단의 비리나 교단의 부조리가 현격히 줄어든 이면에는 전교조 활동이 기여한 측면이 적지 않다.
이처럼 전교조가 교단에 변화와 개혁을 몰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론의 화살을 받고 있는 것은 지나친 정치세력화와 이념의 편향성에 있다고 지적한다.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정치참여'에 대해 응답자 전체의 64.5%가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특히 학부모의 83%와 교사 74.0% 그리고 학생의 55.2%가 전교조의 정치참여를 바람직하지 않게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조사대상자의 고른 분포로 '이념적인 편향성'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반전평화 공동수업에 대해 전체 58.5%가 '편향적 가치관을 주입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들 중 학부모 65.0%, 학생 57.8%, 교사 54.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의 절반 이상이 편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부분은 이 대목이다.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편향적 체감지수가 이 정도라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학생들은 전교조 교사에 대한 긍적적인 평가(72.1%) 못지않게 절반 이상이 편향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점은 어린 학생이라 외면하고 지나치기엔 부끄러울 정도로 사려깊은 판단이라는 점이다. 반전평화 공동수업에 대해 소위 보수언론과 보수세력이 전교조를 흠집내기 위한 색깔덧씌우기로 항변을 한다해도 학생들의 생각과 판단을 무시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번 여론조사는 전교조가 새롭게 나아갈 길을 제시한 것이라 해도 무리는 아닐 성싶다.
전교조 출범으로 교단의 갈등이 오히려 더 심화됐다는 일부의 지적이 전교조 활동의 전체를 가름하는 판단의 잣대로 이용되어서는 아니될 일이다. 마찬가지로 전교조 역시 조사에 나타난 우려들을 겸허하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노력이 전제될 때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교조는 지나치게 정치 지향적이거나 이념 편향적인 교육을 자제할 필요성이 있다. 이는 당장 교육을 받는 학생을 위해서도 그렇고, 이 나라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도 그렇다. 더구나 전교조를 위해서도 더욱 그러하다. 자칫 참교육의 기치를 들고 시작된 전교조의 숭고한 이념이 불필요한 외연의 확대로 본질이 훼손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시도하고 있는 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NEIS) 반대를 위한 연가투쟁은 그 뜻이 아무리 정당하다해도 수업권을 포기하고 학습권을 침해하면서 하는 방식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
NEIS의 효용성 문제는 전문가의 연구와 토론을 통해 결론에 도달할 일이지 정책에 반대한다 해서 길거리로 나서 정치투쟁식 반대운동을 할 사안은 아니다. 더구나 선생님들이 길거리로 나서면서까지 뜻을 관철하겠다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는 일이다./조창용(칼럼니스트·인천사회정책연구소 이사장)
전교조가 나아갈 길
입력 200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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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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