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도 어느새 세 달이 거의 다 되었다.

그간 새 정부는 '참여 정부'를 표방하며 국정 전반에 개혁과 변화의 새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의욕적인 행보를 계속해 왔다.

그러나 그 성과는 아직 만족할 만큼 드러나지 않고 있고, 국내외의 여러 악재들과 돌출적인 변수들이 겹쳐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의 체계와 비전을 믿음직하게 보여주기보다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더 많이 연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많은 시민 환경 단체들의 항의와 지적에서도 볼 수 있듯이 노무현 정부가 올곧은 환경 철학과 녹색 비전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간의 단식 농성이 벌어지는 등 여론의 주목을 받는 환경 사안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지만 그것도 작금의 생태 위기에 대한 진지한 철학적·정책적 고민의 산물이라기보다는 당면한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차원에서 접근한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제 노무현 정부는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환경 문제는 단순히 물리적인 자연의 오염이나 파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 생존의 문제이고, 삶의 문제이고, 생명의 문제다.

특히 오늘날의 환경 위기는 이제 환경 문제의 차원을 넘어 경제와 사회 전반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도 환경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이미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년간 진행된 급속하고도 압축적인 산업화·근대화 과정을 거쳐온 결과 지금도 환경 파괴를 양산하는 무분별한 개발과 성장의 광풍이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새만금 간척 사업, 경인운하 건설,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 경부 고속철도 건설 등과 같은 대규모 개발 사업뿐만 아니라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깊은 두메 산골 오지에서 조차 포클레인과 불도저의 굉음이 마구잡이로 울려퍼지고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공사중'이다.

이제 더 늦기 전에 돌아서야 한다. 한 번 사라진 대지와 숲과 바다와 강과 개펄은 다시 되살릴 수 없으며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투자되어야 한다.

그 누구도, 그 어떤 권력도, 모든 생명들이 여태껏 깃들어 살아 왔고 지금도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불어 영원히 살아가야 할 생명의 토대를 마음대로 파괴할 권리는 없다.

그러므로 이제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개발의 삽질을 시작하기 전에 환경과 생명의 가치를 먼저 고려하는 새로운 국정 전략과 마인드가 확립되어야 한다.

오늘날 국토 환경을 가장 크게 파괴하는 것은 좁은 의미의 환경 정책 차원이 아니라 국토 계획·토지 정책·산업 정책·에너지 정책·교통 정책·각 지자체의 개발 정책 등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정 전반에 환경성이 관철될 수 있도록 행정 기구와 체계, 그리고 그 기능과 위상과 권능에 대한 종합적이고도 전면적인 재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명심할 것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비전이 모든 정책 수립과 시행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은 이 점을 깊이 유념하여 미래 세대에 길이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생명의 터전이자 원천인 자연 환경을 온전히 보전하고 되살리는 데 국정의 주요 목표를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참여 정부', '개혁 정부'로서 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상 최초로 '친환경 정부', '녹색 정부'로서도 성공하는 정권이 되어야 할 것이다./남요원((사)환경과 생명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