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맞이하는 길목에서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에게도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다변화 생활속에 선산은 너무 멀고 선친들의 묘소마저 흩어져 있어서 1년에 단 한 번의 성묘길도 다 찾아뵙지 못하고 있다. 조상숭배의 미풍양속도 말뿐이고, 아름다운 금수강산은 온통 묘지로 뒤덮여가다 못해 이제는 문전옥답까지 주검의 공간으로 장식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생활 공간은 평균 4.3평인데 비해, 분묘 1기당 평균 면적은 15평을 차지하고 있고, 매년 평균 25만명씩 사망하는데, 묘지가 전 국토의 1%(989㎢)로 주택면적 총대지 1천937㎢의 절반이며, 서울 면적의 1.6배, 전국 공장부지 313㎢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또 매년 20여만기의 신설묘지로 여의도의 1.2배 만한 국토가 묘지로 탈바꿈되는 실정으로 서울은 2년, 수도권 지역은 5년, 전국은 10년 이내에 집단 묘지가 한계에 도달하여 금수강산은 '묘지강산'으로 변해버리고 말 것이다.

우리 시의 최대 현안사항인 팔달구 인계동 1128에 소재한 현재의 화장장을 팔달구 하동 25 일대에 부지면적 1만1천452평, 화장장 등 719평, 장례식장 등 1천622평, 납골당 등 1천182평(5만기) 규모로 건설하는 담당계장으로서 지난 97년 11월17일부터 27일까지 북유럽(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 노르웨이, 덴마크, 프랑스) 선진국들의 장묘문화를 연수한 바 있다.

연수국의 선진 사례를 몇가지 열거하자면 첫째, 산 자와 죽은 자가 시간적·공간적으로 공존하는 의식과 시설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주거지와 함께 공원으로 조성돼 도심 중간에 위치하여 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휴식 및 사색 공간으로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는 시설로 개방하고 있다.

둘째, 종교단체와 시회지도층의 강력한 의지와 솔선 수범으로 인해 화장률이 향상되고 있다. 천주교 교구의 화장 허가 및 법제화 납골 등에 대한 인식이 성숙돼 있기 때문이다.

셋째, 매장 면적을 최소화하고 있다. 가족납골묘를 일반화하고 개인 묘지를 강력하게 불허해 1기당 0.5평 정도로 최소화하고, 아파트 형, 벽면 형, 무연고분묘의 화장 등을 통해 국토를 재활용하고 있다.

그밖에도 매장을 시한부 제도로 정착했고, 장묘 시설의 합리적 운영, 장묘시설 종사자의 전문화, 장례절차 간소화, 납골당의 예술성 부여 등 우리나라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화장률은 23%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일본(97%), 태국(90%), 영국(68%), 스위스(67%), 덴마크(60%)에는 크게 뒤떨어진다. 우리나라도 더 늦기전에, 더 심한 희생을 치르기 전에 장묘제도가 빨리 바뀌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식 개혁, 정부의 확고한 의지 및 관련법개정이 필요하다.

96년도에 사망한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이 안장된 가족묘는 0.7평이고 97년에 사망한 등소평 중국 전 국가주석은 화장해 유골을 바다에 뿌리도록 했다.

우리나라도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며 시민단체와 우리 수원시 공무원이 앞장서 화장유언 남기기 범시민운동을 전개하자고 제의한다. 묘를 잘 써야 후손들이 복을 받는다는 주술적·비과학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한 효는 부모가 살아계실 때, 정신적·육체적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죽은 부모의 묘터를 크고 호화롭게 장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김재복 (수원시 팔달구 환경위생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