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을 보면 많은 지면을 할애해 노사문제를 다루고 있다. 올해 초에 두산중공업사태를 비롯해 철도 민영화, 화물연대 사태, 조흥은행 매각 문제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파업이 진행됐고 앞으로도 예고돼 있다.
최근의 이슈를 살펴보면 개별사업장에서 근로조건의 유지 및 개선이나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노동3권의 본질적 행사라기보다는 지난달 25일 국무총리가 지적했듯이 '명분없는 정치파업'의 성향이 농후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5단체는 사업장의 해외이전도 고려할 수 있음을 언급했고, 이는 동북아 허브를 꿈꾸며 해외자본을 유치하고자 경제특구를 만들겠다는 정부를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 나라의 기업도 '못해먹겠다'며 해외로 나가는데 무슨 해외자본이 들어오기를 기대하겠는가. 최근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며, 이미 중국으로 이전한 한 기업인은 고임금과 노사불안을 피해 공장을 이전한 것이 결과적으론 잘된 판단이었다고 말한다. 가슴아픈 일이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고 경영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외부효과'란 느낌이 든다. '외부효과'란 한 사람의 행위가 제3자의 경제적 후생에 영향을 미치고 그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 경제용어다.
즉, 나의 행동이 의도하지 않게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긍정적인 외부효과와 부정적인 외부효과로 나눌 수 있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상급단체의 정치적 파업이, 또한 대기업의 파업이 의도하지 않게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을 어렵게 만들고, 이러한 노사관행에 염증을 느낀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 오히려 고용에 위협을 주는 부정적인 외부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뿐인가. 분명 노동계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어쨌든 외국의 신용평가 기관은 현재의 노동계 파업을 보며 신용등급을 낮추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정치적 파업의 부정적인 외부효과이다.
한국에서 노조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 이 사회를 지탱하고 이끌어 나가는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노조의 협상 방법과 형태도 이 위상에 걸맞게 성숙할 필요가 있다.
지금같이 '밀어붙이기'식의 전술이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한쪽만 바라보며 일방적으로 떼쓰고 억지부리는 유아(乳兒)적인 양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순히 의도와 취지가 좋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은 보다 좋은 경영 조건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기 마련이다.
우리 나라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은 노동계가 주장하듯 단지 자본가만 좋아지게 하기 위함이 결코 아니다. 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하고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 경제의 부흥은 물론 고용도 더불어 창출하는 긍정적 외부효과가 나타나 근로자도 좋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 근로자를 위한 것이다. 노동조합의 좀 더 합리적이고 성숙한 모습을 기대해 본다.
'아직도 한국에서 기업을 하십니까?'라는 어느 기업인의 말이 '다시 한국으로 가야겠습니다'라고 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나만의 욕심일까./이종광(인천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외부효과
입력 2003-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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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0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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