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들어 우리 경제는 내수부문의 급속한 위축으로 경기부진이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4분기의 경제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3.7%에 머물렀고 2/4분기에는 1.9%에 그쳐 외환위기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수출과 건설투자는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급속히 둔화된 데 기인한 것이다.
 
금년초까지만 해도 하반기에 들어서면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조업 생산 및 소비 증가세가 계속해서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가들은 97년 외환위기때보다 경제가 더 나빠졌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결과를 보면 작년 4/4분기이후 기준치 100을 계속 밑돌고 있다. 7월 BSI는 65로 나타났으며 8월 전망치도 72에 머물러 경제가 계속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비자동향지수(CSI)도 마찬가지로 어둡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어려운 때에 일부 노조에서는 과도한 파업으로 경제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비, 투자, 수출이 늘어나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보면 가계의 연체율 상승과 신용불량문제로 가계의 유동성 제약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소비에 의한 성장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성장잠재력도 키워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조사를 보면 투자여력과 의향이 있는 기업도 과격한 노조활동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고 한다.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제고하더라도 이것이 노동자의 높은 임금으로 상쇄되어 버린다면 경쟁력은 다시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국기업도 한국에 투자를 주저하는 요인으로 강성 노동운동을 들고 있음을 우리는 심각하게 헤아려야 할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경제환경속에서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수출분야다. 최근 미국경기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오랫동안 침체에 빠졌던 일본경제도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경기본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경기지역 경제도 일부 수출주도형 주력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과 투자가 활기를 띠는 등 제한적인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하여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 자제하고 상생하는 정신을 기르기 위한 의식개혁운동이다.
 
우리는 그동안 물질만을 중요시함으로써 기형적인 발전을 하였고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든다. 1인당 국민소득도 1995년 1만달러를 넘어선 이후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투입주도형전략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2002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선진 49개국의 경쟁력을 평가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는 것은 재정건전성 3등, 외환보유고 4등, 인터넷보급률 11등, 수출 13등, GDP규모 13등 등 모두 물질적, 경제적인 것이었으며 반대로 경쟁력이 낮은 것을 보면 노조활동 47등, 기업활동환경 45등, 보건복지 42등, 환경문제 40등으로 모두 정신적인 것들이다.
 
이제 우리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넘어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신성장 동력의 발굴도 중요하지만 모든 국민이 법을 준수하고 질서를 지키며 노사가 서로 분수를 지키고 상생하는 성숙된 의식개혁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윤승일(한국은행 경기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