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우루과이, 서독-오스트리아간 4강대결로 압축된 스위스대회는 공격
축구가 활짝 꽃핀 대회였다.
서독은 넘치는 기력과 실전적인 축구가 몸에 밴 탓인지 프리킥과 페널티킥
등을 앞세워 철저하게 오스트리아를 농락하며 6-1로 대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강력한 우승후보 헝가리도 남미의 강호인 우루과이와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헝가리는 전후반 2-2로 비겼으나 연장전에 접어들면서 힘을 앞세워 우루과
이 문전을 위협하며 2골을 더 보태 4-2로 승리, 누구나가 예상했듯이 결승
에 진출했다.
베른에서 열린 결승전에 대한 전망은 헝가리의 압도적인 우세였다.
헝가리는 50년대부터 국제경기 40전 무패신화를 이어가고 있었으며 더군다
나 예선전에서 2진선수들을 기용하고도 서독을 8-3으로 꺾은 전적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팬들은 헝가리의 월드컵 우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
었다.
6만여명의 관중이 운집했고 절반이상은 서독 응원단이었다. 전날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자 서독 주장 F 발터는 “내가 좋아하는 컨디션”이라고 좋아했
다.
헝가리 세베슈감독은 발목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주장 푸스카스를 본인희
망에 따라 출전시켰다.
결승전은 역시 헝가리의 공세로 시작됐다. 전반 6분 푸스카스가 기분좋은
선취골을 뽑았다. 2분뒤에는 상대수비진이 갖고 있던 볼을 빼앗아 치볼이
골로 연결, 강력한 우승후보의 우승이 확정되는 것 아니냐며 재미없는 경기
라는 팬들의 불만이 터지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한 승부가 끝난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서독은 게임을 포기하지 않았다. 서독은 전반 11분과 16분 몰로크,
헬무트란의 골이 봇물 터지듯 헝가리 문전으로 빨려들어가 순식간에 동점
을 만드는 기적을 연출했다.
양팀은 이후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수차례의 득점기회를 잡았으나 무위로 그
쳤다.
서독감독 헤르베르거가 대회직전에 대표팀에 합류시킨 헬무트란이 빛을 발
하기 시작한 것은 후반 38분. 헬무트란이 골에리어 정면에서 헝가리의 심장
을 향해 결승골을 명중시켜 스위스 월드컵 대미를 또다시 화려한 역전승으
로 장식했다.
  헝가리의 40전 무패신화가 깨지는 순간이다. 결승전 스코어는 3-2 서독승
리.
제2차세계대전 패전국으로 동서로 분단된 서독으로서는 조국의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줬다.
서독전체가 감동의 도가니에 휩싸였으며 전후 부흥을 위한 거대한 에너지
를 낳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