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그토록 갈망하던 첫승을 거두며 전국이 월드컵 열풍으로 휩싸인 가운데 '효(孝)'의 도시 수원에서 또다시 이변이 일어났다.

2002한일월드컵대회 개막전에서 프랑스를 침몰시키며 전세계를 경악시킨 세네갈에 이어 이번대회 '2번째 이변 드라마'를 연출한 주인공은 미국이었다.

'젊은 피'로 구성된 패기의 미국은 경기시작 3분만에 존 오브라이언(네덜란드 아약스)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전반에만 3골이 터져 일찌감치 승리를 예고, 이번대회 우승후보중 하나이자 FIFA랭킹 4위팀인 포르투갈을 3-2로 격파했다.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 개막전. 한국이 속한 D조의 경기로 많은 관심을 모은 이날 4만3천여석의 좌석은 빈자리가 거의 없이 꽉 채워진 채 시종 열광의 도가니였다.

미국의 패기넘친 미드필더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첫골을 넣은 오브라이언과 랜던 도노반(세너제이)과 다마커스 비슬리(시카고) 등 젊은 선수들은 뛰어난 체력은 물론 탄력과 유연성, 투지력에 나이답지 않은 침착한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4-4-2 포메이션에 좌우 미드필더에 의한 측면공격력이 장점으로 최고의 득점력을 자랑하는 어니 스튜어트(네덜란드 NAC브레다)와 미국축구사상 가장 헤딩을 잘하는 선수로 꼽히는 브라이언 맥브라이드(컬럼버스)는 머리로 3번째 골을 작렬시키며 이름값을 했다.

한편 월드컵 열기를 계속 이어간 수원시내의 자동차 2부제 운행의 참여율도 만족할만한 수준이었으며 경기장 안팎의 질서유지나 환경, 청결문제 등에서도 합격점을 받아 더욱 성숙해진 시민의식을 잘 반영했다.

경기장 주변을 비롯한 수원시내는 미국의 상징인 성조기 깃발과 초록색과 빨강색 바탕으로 어우러진 포르투갈의 국기가 형형색색 물결을 이뤘다.

가족 또는 친구들로 삼삼오오 짝을 지은 미국인들은 유니폼 티셔츠에 대형 성조기를 몸에 두르고 마냥 들뜬 표정이었고 포르투갈인들도 이에 질세라 거리 곳곳에서 종이와 천으로 만든 자국 국기를 입장객들에게 나눠주느라 바빴다.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되는 수원역과 아주대학 앞 등에는 경기를 보러가는 축구팬들의 줄이 수백m를 이뤘으며 경기장앞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