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이 넘은 월드컵 역사 속에 구축되어온 특정 국가간 '천적관계'가 이번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도 예외없이 이어지고 있다.

'전차 군단' 독일이 '아시아 킬러'의 명성을 지킨데 이어 러시아는 '아프리카 사냥꾼'을 확인시켰고 스웨덴도 잉글랜드전 무패의 신화를 이어갔다.

반면 아프리카 국가 중 첫 월드컵 본선 진출 기록을 갖고 있는 튀니지는 유럽공포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8년 프랑스대회까지 월드컵에서 아시아팀과 만나 한번도 패하지 않았던 독일은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를 8-0으로 눌러 아시아에 강한 면모를 다시 보여줬다.

한때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했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대파, '영원한 우승후보'의 저력을 과시하며 월드컵에서 아시아팀과 만난 4경기를 모두 승리한 것.

무시 못할 유럽의 강호 러시아도 이번 대회를 포함해 9번 진출한 월드컵 본선에서 3번 만난 아프리카팀을 모두 승리의 제물대 위에 올려 놓았다.

러시아는 90년과 94년 대회에서 '불굴의 사자' 카메룬을 각각 4-0과 6-1로 연이어 대파한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튀니지를 2-0으로 눌렀다.

반대로 튀니지는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패해 이번까지 3번 진출한 월드컵 본선에서 만난 유럽팀에 5전무승의 초라한 전적을 남겼다.

스웨덴도 이번 대회를 계기로 잉글랜드의 천적으로 자리를 굳혔다. 스웨덴은 지난 2일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에서 선취골을 내준 뒤 동점골을 뽑아 1-1로 비김으로써 지난 68년 5월 이후 단 한번도 패하지 않는 진기록을 세웠다.

66년 이후 아시아팀을 상대로 6승2무를 기록중인 남미팀의 아시아팀 무패 기록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천적 관계로 남아있다.

이번 조별예선에서 아시아팀 중 중국이 유일하게 남미팀인 브라질과 8일 맞붙지만 월드컵 첫 출전국이 월드컵 최다(4회) 우승팀을 꺾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