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향한 한판승부'.

15일부터는 1라운드를 통과한 16개팀이 2라운드에서는 매경기마다 결코 물러 설 수 없는 일전을 벌인다. 패하면 바로 짐을 싸서 귀국길에 올라야 하는 결승토너먼트이기 때문.

나가타에서는 죽음의 F조를 탈출한 '축구종가' 잉글랜드와 '바이킹 후예' 돌풍의 선두주자 덴마크가 8강 티켓을 놓고 정면 충돌한다.

이에 앞서 서귀포에서는 '전차군단' 독일과 '끈기'의 파라과이가 16강 진출팀 중 맨처음으로 준준결승 진출을 위한 맞대결을 펼친다.

▲잉글랜드(F조2위)-덴마크(A조1위) 〈나가타·오후 8시30분〉

양팀이 국가대표팀간 친선경기를 2차례 갖긴 했지만 월드컵 무대에서는 예선과 본선을 통틀어 이번이 첫 대면이다.

평가전 전력은 잉글랜드가 1승1무로 앞선다.

지난 92년 스웨덴에서 열린 평가전에서는 양팀이 득점 없이 승패를 가리지 못했으나 2년 뒤 런던에서 벌어진 경기에서는 홈팀 잉글랜드가 1-0으로 승리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잉글랜드가 근소하게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세계랭킹(5월 기준) 역시 잉글랜드가 12위, 덴마크는 8계단 뒤진 20위이다.

그러나 프랑스를 2-0으로 완파하고 A조 1위를 차지하는 등 스웨덴과 함께 북유럽 축구의 돌풍을 주도하고 있는 덴마크의 상승세가 만만찮아 성급한 예단은 금물.

처음 본선 무대를 밟은 86멕시코대회 16강에 이어 98프랑스대회에서는 8강 고지를 밟는 등 특히 본선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팀이다.

게다가 잉글랜드는 지난 68년부터 단 한번도 스웨덴을 이기지 못했을 만큼 북유럽 축구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변수다.

잉글랜드는 부상을 완전히 딛고 일어선 '프리킥의 마술사' 데이비드 베컴과 총알같은 순간 스피드를 자랑하는 '원더 보이' 마이클 오언이 이루는 '황금 콤비'가 위력적이다.

리오 퍼디낸드가 이끄는 포백 수비가 갈수록 안정을 찾고 있는 점도 반갑고 왼쪽 윙백 애슐리 콜과 공격수 에밀 헤스키도 정상 출격 채비를 마쳐 이제는 '부상 병동'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모습이다.

덴마크는 이번 대회 들어 4골을 몰아넣으며 절정의 골감각을 과시하고 있는 욘 달 토마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또 조별리그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던 스트라이커 에베 산마저 살아난다면 덴마크 공격은 가공할 수준까지 이를 전망이다. 게다가 프랑스의 파상 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수비 역시 강점.

▲독일(E조1위)-파라과이(B조2위) 〈서귀포·오후 3시30분〉

득점왕 1순위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앞세운 독일의 공격력은 조별리그에서 브라질과 함께 11골을 쓸어담아 최고의 화력을 자랑한다.

이에 맞서는 파라과이는 조별리그 마지막 슬로베니아전에서 기적적인 대역전극을 연출한 상승세로 맞불을 놓겠다는 기세다.

이번 경기는 전력 대결 못지않게 42세의 젊은 루디 푀일러 감독과 70세의 노련한 체사레 말디니 감독 간의 용병술 대결도 볼만하다. 지략면에서 한 수 앞서는 말디니 감독에 푀일러 감독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또 파라과이의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와 독일 올리버 칸의 골키퍼 진검승부도 관전 포인트.

독일은 노쇠한 올리버 비어호프를 과감히 빼고 클로제와 193㎝의 거한 카르스텐 양커를 앞세워 칠라베르트를 '골먹는 골키퍼'로 전락시키겠다며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아직 몸이 덜 풀린 듯한 신성 미하엘 발라크와 베른트 슈나이더의 2선 공격진도 곧 폭발할 기세이고 올리버 노이빌레와 옌스 예레미스의 조커 진용도 한창 물이 올라있다. 하지만 카메룬과의 대격투 후유증으로 디트마어 하만과 크리스티안 치게가 출전하지 못하는 점이 중대 변수.

파라과이는 골맛을 본 신예 스트라이커 로케 산타크루스가 결승토너먼트부터 본격적인 골사냥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여기에 슬로베니아와의 서귀포 대첩에서 일약 영웅으로 떠오른 넬손 쿠에바스와 호르헤 캄포스 콤비가 다시 한번 일을 내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여기에 셀소 아얄라, 가마라, 데니스 카니사로 이어지는 포백라인은 남미 최강의 수비진으로 손색없다. 미드필더 카를로스 파레데스가 전 경기 퇴장으로 나오지 못하는 점이 부담.

파라과이는 남미지역 예선에서 브라질을 한번 잡고 아르헨티나와 두 차례 다 비기는 등 강팀 킬러로서의 면모도 갖고 있어 독일로서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임이 틀림없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