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최다우승(4회)에 빛나는 '축구의 대명사' 브라질과 축구를 고안해낸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21일 시즈오카에서 남미와 유럽의 자존심을 걸고 일전을 벌인다.
사실상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이번 대결에서 브라질은 패할 경우 영원한 우승후보로서의 체면을 구기게 되고. 자국에서 치러진 1966년 대회 이후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해온 잉글랜드로서는 브라질에 맺힌 월드컵의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또 울산에서는 전통의 강호 독일과 신흥 축구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미국이 4강 티켓을 놓고 충돌한다.
▲브라질-잉글랜드(시즈오카·오후 3시30분·KBS1, MBC, SBS)
일반팬들은 히바우두-호나우두와 데이비드 베컴-마이클 오언의 '황금 콤비'대결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호나우두-히바우두-호나우디뉴의 '3R 공격편대'의 파상 공세를 리오 퍼디낸드가 이끄는 잉글랜드 포백 수비가 어떻게 잘 봉쇄해낼 지가 승부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3R 편대는 팀의 13골 중 10골을 몰아넣었을 정도로 공격의 선봉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특히 득점 공동선두인 호나우두(5골)와 히바우두(4골)의 존재는 알려진 대로 위협적이다.
화려한 개인기가 삼바 리듬을 탔을 때 나오는 선수들의 폭발적인 돌파력은 물론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의 소신도 공격 축구에 한층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밤페타, 데니우손, 루이장 등 주전급 후보들로 구성된 예비 전력이 실로 막강한 것도 숨은 강점.
그러나 약체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서 5골을 넣고도 2골을 내준 수비는 오언의 빠른 돌파와 베컴의 날카롭게 파고드는 패스를 막아내기에는 상당히 허술해 보인다.
'죽음의 F조'에 속했던 잉글랜드는 스웨덴과의 첫판에서 대니 밀스의 실수로 1골을 줬을 뿐 이후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덴마크 등 강호들과 잇따라 맞붙는 동안 단 1골도 허용치 않는 등 갈수록 수비 조직력이 단단해지고 있는 점이 무기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도 지도 경험이 있었던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은 대회 개막전 미드필드의 주전들이 대거 부상으로 탈락하자 포백 수비를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고, 실제로 효과를 보고 있는 것.
지금까지 강호들과 4경기를 치르는 동안 상대를 몰아붙이기보다는 수비 위주로 경기를 운영하다가 베컴을 중심으로 역습을 노리는 작전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5득점에 그쳤던 빈공이 문제이긴 하지만 덴마크와의 16강전에서 3골을 폭발하며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고, 힘든 상대들과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나타난 결과여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독일-미국(울산·오후 8시30분·KBS2, MBC, SBS)
'전차군단' 독일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거친 몸싸움, 탄탄한 조직력의 축구를 대표하고 미국은 빠른 공수전환을 통한 역습이 돋보인다.
일단 승리의 무게는 우승 3회, 준우승 3회, 3위 2회의 빛나는 전통과 선수 면면에서 앞서는 독일쪽으로 기운다.
그러나 미국은 포르투갈, 멕시코 등 쟁쟁한 우승후보들을 꺾고 72년만에 8강대열에 합류,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어 섣부른 판단을 거부한다.
더욱이 미국 대표팀의 상당수가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고 특히 팀 플레이의 주축인 레이나와 도너번은 이전에, 헤지덕과 새네(이상 바이엘 레버쿠젠)는 현재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탓에 독일축구를 잘 이해하고 있다.
치게-발라크-하만-슈나이더-프링스로 이어지는 독일의 미드필드진은 상대 진영에서부터 거친 몸싸움으로 강하게 압박하는데 발군의 기량을 보이고 있고 링케, 라멜로, 메첼더가 지키는 스리백 수비도 노련한 경험에서 나오는 길목차단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발라크는 어시스트 1위(4개)에 오를 정도로 시야가 넓고 공격으로 찔러주는 패스가 날카로워 미국 수비의 견제대상 1호다.
더욱이 4경기에서 1골만을 내준 올리버 칸이 지키는 골문은 독일을 우승으로 이끌 보이지 않는 힘이다.
반면 미국은 도너번, 비즐리에서 시작되는 빠른 측면공격을 앞세워 30년 1회대회 4강진출의 신화 재연을 노린다.
이들의 스피드가 독일 미드필드와 스리백의 두터운 수비진을 뚫을 수 있다면 맥브라이드, 매시스의 발끝에서 득점을 기대할 수 있다.
폴란드전에서 무려 3골을 내준 느린 수비진이 마음에 걸리지만 수문장 프리덜의 철벽방어가 버티고 있고 예선라운드에서 경고누적으로 빠졌던 헤지덕이 복귀, 수비에 짜임새를 더했다.
두 팀의 골키퍼가 막상막하인 점을 감안하면 선취골을 얻는 팀이 무조건 유리할 수밖에 없다. <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오늘의 관전포인트] '4강티켓' 창이냐 방패냐
입력 2002-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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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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