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과장실을 찾아갔다.
 
의외로 젊은 의사였다. 과장급 정교수는 대체적으로 50대 중반 전후의 연령층임에 비해 성형외과 명진(明鎭)과장은 10여년 아래인 40대 초반의 조교수급으로 과장보직을 맡고 있었다. 그는 또한 대학교수 직책의 의사들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스포츠형 머리보다 더 짧게 깎아 얼핏 보면 막 밀어버린 머리형을 하고 있어 개성적이었다.
 
나는 그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으므로 S대학병원재단에 큰 빽줄이 있는 유별난 사람이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명문 S대학의 자존심이나 날카로운 학생들의 시선 때문에 그런 구시대적 빽줄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다. 그는 오수(午睡)를 즐기고 있었다. 소파에 엉덩이를 푹 파묻은 채 두 다리를 책상위에 올리고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여직원이 무턱대고 과장실로 들어서는 내 팔을 끌어냈다.
 
“약속도 안하신 분이 이러시면 안되지요. 10분 후면 일어나실 거예요. 언제나 식후에 30분 쯤 쉬시는데 오늘은 힘든 수술 때문인지 1시간 후에 깨우시라고 하셨어요.”
 
나는 말없이 과장실을 나가 복도에서 10분 정도 더 기다렸다. 그리고 정확히 10분 후에 다시 과장실로 들어갔다.
 
과장은 잠에서 깨어나 연구실 귀퉁이의 세면대에서 얼굴에 물을 끼얹고 있었다. 그러다 나를 흘끔 바라보더니 소파에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Q신문사 공찬우 기자시라구요? 제 시간은 20분 정도 밖에 없습니다. 용건이 무엇이죠?”
 
“오늘 수술하신 무질(無膣)환자에 대해 말씀을 듣고 싶어서요. 새로운 수술법을 시도하셨다고 들었거든요.”
 
새로운 수술법을 시도했다는 말은 누구에게서도 들은 적은 없었다. 다만 비뇨기과 K부교수에게서 희귀질환이니 흔한 요법은 아닐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가 나에게 시간을 내줄 수 있는 이유를 찾다보니 그 말이 그냥 튀어나왔다. 그런데, 그것이 틀리지 않은 내용인 것 같았다.
 
“새로운 수술법?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아직 국내에서 그 시술법이 보고 된 케이스는 없으니까”
 
“수술환자의 병력·가족력·발병기전 등의 자초지종과 수술요법 등을 좀 상세히 일러주실 수 있겠습니까?”
 
“시간은 넉넉하지 못한데 한꺼번에 전부 다 설명하라면 곤란하지요.”
 
“왜, 무질증 환자가 생기는 거지요?”
 
“원인은 밝혀진 바 없습니다. 뱃속 태생기에서부터 만들어지지 않은 선천적 기형이지요. 그것이 있을 자리에 비슷한 흔적만 갖고 태어나지요. 1만명의 여인 중에 있을까 말까 하는 흔치않은 사례이지요.”
 
“오늘 수술 받은 환자는 몇 살이며 어떻게 자신의 무질증을 발견했는지, 또한 유전적 병력을 갖고 있습니까?”
 
“스무 네 살의 은행원인데 자기 몸의 이상을 감지한 것은 고등학교 때 였나봐요. 다른 친구들은 빠르면 초등학교 중학교 때 월경을 시작하는데 본인은 그것이 없어 좀 늦나보다 하다가, 결혼을 앞두고 아무래도 몸이 이상하다는 느낌으로 산부인과를 찾았다는 겁니다. 그곳에서 무질증 진단을 받고 성형외과로 넘어온 거지요. 특별한 유전적 병력은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