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강기자가 거침없이 대꾸했다.
 
나는 원망스런 표정으로 강기자를 바라보았다.
 
“왜냐고 묻지 마, 그건 공기자가 더 잘 알테니까.”
 
강기자가 내 얼굴 앞으로 자기 얼굴을 바싹 들이대며 마치 약 올리듯 말했다. 냉소까지 달고 있었다.
 
“글쎄요, 다른 이유는 도무지 알 수가 없고… 제가 3신의 존재라 그런 모양이지요….”
 
나는 체념하듯 혼자 소리처럼 중얼거렸다. 그들은 아무도 더는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건물의 1층 로비에서 그들은 우르르 모두 내렸다.
 
“안녕히 가십시요!”
 
나는 그들의 뒷등을 향해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추기자만 잠시 손을 들어보일뿐 다른 기자들은 돌아보지도 않았다.
 
한숨과 함께 지하 2층의 콩국수 집으로 갔다. 혼자 그야말로 걸신들린 듯 콩국수 한 그릇을 먹고 복도 끝 휴게실로 되 올라온 것이다.
 
나는 연희 누나에게 전화를 하기위해 휴대폰을 꺼냈다.
 
그런데 마침 복도 끝에서 누나가 커피 자판기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소매가 없는 흰 원피스를 입어서인지 복도 끝으로 상큼상큼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이 한 송이 백합처럼 보였다.
 
나는 얼른 커피를 한 잔 뽑아 다가온 그녀에게 건넸다.
 
“이제 막 누나께 전화를 드리려던 참이었어요! 오늘 오후 시간이 괜찮으시겠어요?”
 
“그럼요, 시간을 만들어 놓고 연락 오기를 목을 늘여 기다리고 있었는걸. 편집국에 들렀더니 사람까지 부재중이기에 바람 맞는가 했지. 정확히 10분 후에 주차장으로 내려와요. 매미소리도 들을 겸 교외로 나가자구!”
 
“좋습니다!”
 
그때 마침 내 휴대폰이 자지러졌다. 단비였다. 신문사 부근에 와 있다고 했다. 나는 당황스러워 하며 약속을 한 적이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주말에 취직턱을 내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일방적인 네 말이었지 약속을 했던 것은 아니잖아. 선약이 있어 만날 수가 없어.”
 
나는 메마른 음성으로 잘라 말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단비가 “그럼 내일은 어떠냐”고 했다. 곤란하다고 대답했다.
 
단비가 전화를 끊어버렸다.
 
“여자친구?”
 
연희 누나가 커피 잔을 든 채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예.”
 
“그럼 10분 후에 주차장으로 내려와요.”
 
그녀는 더 이상 궁금해 하지 않고 앞서 또박또박 다시 복도를 걸어가 버렸다.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그녀의 태도가 갑자기 칼로 자른 듯 명료하고 반듯하게 느껴졌다.
 
다시 들른 편집국 안은 썰렁하니 비어있었다. 데스크도 이미 퇴근한 듯 업무부 직원만 두 명 남아있을 뿐이었다.
 
나는 책상을 정리하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회사 부근에 나와 있다는 단비의 전화가 마음에 걸렸으나, 그러나 당금의 나에게 중요한 일은 연희 누나에게서 오피스텔에 관한 내용을 듣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