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머니도 옆집 아줌마처럼 좀 더 친절하시면 손님이 더 많을 수도 있을텐데….”
나는 여자의 성질을 덧지르듯 그렇게 말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여자의 반응이 급속도로 거칠어졌다.
“와예? 내가 손님을 쥐어 박기라도 했습니꺼. 옆집 백여시 같은년 맨키로 낯바닥을 분으로 떡칠하고, 주둥이는 쥐잡아 먹은거 맨키로 새빨갛게 바르고, 간드러진 소리로 어서 오세요옹- 팔을 잡아 땡기지 않았다고 그럽니꺼? 와, 가만 앉은 사람 긁습니꺼?”
“아, 아닙니다. 내가 왜 고향집 큰 누님처럼 소박하고 믿음직해 보이는 아주머니를 긁겠습니까. 다만 손님이 들어오면 어서 오시라는 반김인사와 엽차를 갖다 주면서 주문을 받으시면 좀더 다정하게 느껴질 것 같아서 말씀드려 본 거죠. 하긴, 옆집 아줌마는 화장이 좀 진하기는 하더라고요.”
'고향집 큰 누님 같다'는 말이 마음에 들어서인지 주인여자는 잠시 다소곳해지더니, 그러나 옆집 식당 여자에 대한 험구질은 멈추지 않았다.
“가시나 팔아묵는 포주 맨키로 겉만 그리 야하고 천박한기 아이라 쏙은 백년 묵은 여시나 구렁이 맨키로 간살스럽기가 짝이 없는 여자제. 쩔룩발이 하고 천하 없는 천생연분인기라.”
“사장님이 장애인인가 보지요? 카운터에 앉아만 있으니까 잘 모르겠더라구요. 화장 진한 그집 아주머니 하고 부부 사이 인것도 같고….”
나는 지나가는 말처럼 그들 사이의 궁금증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지만 내심 가슴이 긴장으로 조여들어 있었다.
“부부? 말이 좋아 부부제, 그년도 온제 돈 챙겨서 달아날지 모르제. 내가 알기로 쩔룩발이 하고 살았던 여자는 열명도 넘은깨 지금 그 백여시는 열두세번째쯤 되겄네.”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충격에 잠시 아연해져서 수저질을 멈추었다.
처음 길음시장 부근의 식당에서 새어머니가 주방일을 한다고 아버지로부터 듣곤, 일을 잘 찾아 나섰다고 생각했었다. 아버지만 바라보고 예전처럼 월급 통째로 내놓지 않는다고 온갖 악다구니를 쓰는 그녀에게 간병인이든 청소부든 파출부든 일을 가지라고 말한 적도 있었던터라 아버지가 덜 볶이고 살겠구나 생각했었다. 이후 아버지는 찬수엄마가 식당에서 숙식을 해야한다며 숫제 집에 들어오지 않고 전화도 없다고 했을때, 얼핏 사내와 상관된 일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분식집의 이 여자는 찬수엄마와 그 집 주인인 장애남자가 동거하는 것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주머니, 이 집에 소주도 팝니까? 한 병 주시겠어요? 오징어가 물이 좋아 반주를 하고 싶네요. 옆집 아저씨, 기운이 좋으신가 봐요? 어떻게 열명의 여자와 연애를 할 수 있지요?”
나는 황당한 기분이었지만 이 여자로부터 더 많은 내용을 들어야 했다.
여자가 “분식집에서 술을 팔겠습니꺼만은 내 마실라꼬 꽁쳐둔기 있지예” 하면서 소주와 소주잔을 가져왔다.
“오징어가 볶아놔도 씽씽할 낍니더. 나는 손님들 몸 생각해서 썩은거는 절대로 안사니깨!”
오징어를 갖은 야채와 육수물을 부어 맛깔나게 볶지 않고, 심줄 많은 양배추와 굵게 썬 오징어를 디룩디룩 적당히 숨만 죽인 것 같기에 그냥 듣기 좋으라고 싱싱타 했을 뿐인데, 여자의 얼굴에는 활기가 돌고 있었다.
생명의 늪(242)
입력 2005-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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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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