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가 방문에 등짝을 부딪치면서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래, 이 새끼야, 네 맘대로 나를 쳐봐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사내는 주저앉은 방바닥에 사지를 활짝 펴고 드러누으면서 이죽거렸다.
“오호, 진단서 떼겠다구? 보자하니 온갖 나쁜 수작은 다 벌리는 저질 인간이군. 상해진단서 떼올 수 있으면 떼와라, 위조일 경우 발급한 의사도 당신도 처넣어 버릴테니까. 뭐가 어째? 권리금이라구? 어디서 들은 소리는 있어서 아무데나 걸고 넘어지는구먼. 이것 봐요, 권리금을 받으려면 우선 이곳에서 장사를 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어야 했고, 그리고 임대료를 냈어야지. 불법 장사를 5년이나 했으니 당국에 벌금과 세금을 먼저 내고 정식 허가를 받아야하고, 주인에게 5년간의 임대료를 내라구. 그렇다 해도, 주인이 이 장사를 받아 할 생각이 추호도 없으니 권리금이라는 말도 성립이 안되지. 오히려 당신들이 만들어 놓은 가건물들을 말끔히 없애 주고, 깨끗이 원상복구를 해놓고 나가야 한다는 거, 잊지 말라구요.”
네 활개를 뻗고 두러누웠던 사내가 킬킬 입귀로 웃음을 흘리며 여전히 이죽거렸다.
“씨팔. 이론이야 어쨌든,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풋내기가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인데, 어디 맘대로 해보라구. 우리가 장사해서 후진 골짜기를 명소로 만들어 땅값 올려놨고 닭똥과 개똥, 음식 찌꺼기로 텃밭도 기름지게 만들어 놓았는디, 누구 좋으라고 그냥 몸만 나가? 어림없제, 나가서 집칸이나 얻어 살도록 한밑천 만들어 주기 전에는, 죽어도 안나갈테니 알어서들 혀, 씨파알….”
노인은 아들을 만류하는 척 하면서도 귀를 세워 사내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나는 연희누나의 팔을 끌었다.
“가십시다. 말이 안통하는 인간이에요. 사람 잘못 들여서 땅도 집도 오염만 시켜 놓았어요. 가을까지 기다릴 필요 없어요. 당장 집을 비우도록 조치 해야겠어요.”
누나가 동조했다.
“그래야 겠어. 할머니, 아드님 행동 보니까 가을까지 기다려 드릴 수가 없겠어요. 한달 안에 나가도록 하세요.”
노인이 누나의 말을 가로 막았다.
“아가씨, 나를 보아서 올 가을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엄동설한에 어디로 나간단 말입니까요….”
노인이 울먹거렸다.
“할머니도 저렇게 드러누워 행패를 부리는 아들 꼴 보면서도 그런 말이 나오세요? 어느 주인이 저렇게 은공도 모르고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 하는 사람을 봐준단 말입니까? 일어나서 욕질하고 행패 부린거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도 봐줄까 말까인데, 어림도 없어요. 한달 안에 가건물 모두 걷어내서 원상복구 해놓고, 나가세요.”
사내가 손바닥으로 방바닥을 탁탁 쳤다.
“씨팔, 마음대로 해. 내가 죽기 전에는 안 나갈 테니까, 송장 끌어 내보라구.”
나는 누나의 팔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억지 대거리로 한몫 보자는 수단인데, 저것은 주인을 쉽게 보고 저러니 절대로 넘어가면 안돼요. 우리가 더 강하게 앞질러야 해요.”
나는 그녀의 귀에 낮은 소리로 말했다.
생명의 늪(277)
입력 2005-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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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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