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좀 보세요. 별들이 우수수 쏟아질 것 같아요!”
그녀의 표현이 참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고개를 들고 쳐다본 하늘은 온통 보석밭이었다. 무한한 공간에 총총히 박힌 별들은 눈이 시릴만큼 반짝거렸다. 수많은 푸른 별들이 한꺼번에 우수수 머리 위로 쏟아질 것처럼 그것들은 가깝게 느껴졌다.
“공기가 맑고 상쾌하다 못해 한기가 들 정도예요! 폐 속이 찌르르 깨끗이 정화가 되는 것 같아요!”
그녀가 커피를 내 코앞으로 내밀었다. 설거지를 하면서 장조림을 만들고 케이크를 썰고 생각지도 않은 커피를 끓여내는 등, 나는 그녀가 요령껏 일을 빈틈없이 잘하는데 적잖이 놀라면서 실제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우리 아버지는 위장병 때문에 커피를 드시지 않는데, 그것을 서울서 준비해온 것입니까?”
“시골이라 혹시나 싶어 작은 원두커피를 한 병 준비했던 것인데, 마침 주방에 커피가 없더라구요. 그런데, 아버님이 드시지 않는 줄도 모르고 케이크와 함께 갖다 드렸어요. 분말 녹차가 있던데 그것으로 바꾸어 드려야겠어요.”
민기자가 그냥 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녀의 손을 끌어 앉혔다.
“그냥 앉아 계십시오. 오랜만에 한 잔 드실지도 몰라요. 민기자가 자꾸 이러시면 우리 아버지 부담스러워해요. 어떤 이유에서든, 많이 고마워요! 잊지 않겠어요.”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유심히 살피려는 듯 쳐다보았다. 어둠으로 윤곽만 보일뿐 미세한 표정은 잡히지 않았으나 나는 그녀가 만면에 미소를 퍼뜨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사 말문이 터지신 것 같으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제발 부담 갖지 않기를 바래요. 아버님이 참 좋으신 분 같으셔요. 전혀 보수적인 시골분 같지 않으세요.”
“시골에 정착하신지 아직 반년도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채형씨 집안이 대단한 ‘행림가족’인줄은 정말 몰랐어요. 정식 취재를 한번 해야 되겠어요.”
나는 진작부터 속에 있던 말을 꺼냈다.
“어쩜…기껏 이성친구 가족상황을 들으면서 기사취재건을 생각하셨다니, 섭섭하네요. 하지만 사양하겠어요. 우리 집안이 행림집안이라 하여 자긍심을 갖는 가족들은 많지 않기 때문이고 뿐만아니라, 벌써 이전에 수차례 기사화 되었기 때문이에요. 의학계 약학계 일간지까지 다루어졌는데, 공기자님만 모르셨던 거예요.”
“그렇기도 하겠네요. 알았습니다.”
나는 더 이상 할말이 없어 하늘만 쳐다보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좀 추워요….”
그녀가 어깨를 움츠리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내 바른 팔을 끼며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나는 가만히 있었다.
“아직도…연희언니의 결혼이…가슴, 아프세요?”
민기자의 음성은 조심스럽다 못해 떨리듯 흔들렸다. 나는 소스라치게 경직되면서 그녀를 돌아보았다.
생명의 늪(348)
입력 2005-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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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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