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이사님이 내년에 의사회장 후보로 출마하신다는 것, 공기자는 잘 모르지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전문지바닥 특히 우리 신문사는 고참기자들 살판 났었지요. 어영부영 하는 일 없어도 여느 신문사 보다 고액 월급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 기자들을 누가 감히 정리했습니까. 공보이사님이 하셨다구요. 우리 데스크는 의사회 회장인 사장님이 바뀔때마다 풍전등화 꼴로 들락날락하는 팔자였거든요. 나는 취재부장이나 경리·업무부장 등과 달리 일 하나로 그래도 오래 버텨 온 셈인데 솔직히 지난번에도 민기자 덕이 컸었지요. 부모 뫼시고 있는 백수건달 6남매의 장남이라는 상황을 공보이사님께 말씀드려 달라 하고 선처를 바랐던 것인데 들어주셨거든요. 사장님 백도 여느 의료계 실력자의 배경도 없는 나는 실제 회장님이 바뀔 때마다 살얼음을 딛듯 가슴 조이며 살고 있는 셈인데, 내년에 그 선거가 있고 현재 공보이사님이 가장 유력한 회장 후보시라는 겁니다.”
편집부장이 진지한 얼굴로 뜻밖의 의사회 정보를 펼쳐 놓는 것이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하여 그의 얼굴을 쳐다 보기만 했다. 대학병원 출입으로 학술기사와 임상 쪽의 희귀질환 취재에만 신경을 쓰던 나는 의료계 단체의 정치적인 문제에는 소홀했던 것인데, 현 회장의 임기 3년이 내년 10월로 끝난다는 것을 새삼 상기했다. 그러나 편집부장이 어울리지 않은 시간과 장소에서 무엇보다 1년차 풋내기 기자에게 하소연할 내용이 아니라는 생각에 어서 그의 앞을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부장님, 현재 공보이사님이 회장님 후보로는 너무 나이가 젊으시고, 그리고 당선된다는 보장도 없고 설령 당선되신다 해도 제 처지에 무슨 힘이 있어 부탁을 드리겠습니까. 만약의 경우, 부장님께서 직접 이사님을 면담하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요?”
“아니 벌써부터 방어하기요? 물론 나도 그러하겠지만 측면에서 도와달라는 것이지. 공기자가 모르는 부분이 있어요. 지금 사회는 구석구석 20년 정도 나이가 젊어지고 있다는 거 잘 알지요? 특히 의료계서 우리 공보이사의 인기가 만만치 않아요. 학맥 지맥 인맥 그리고 개혁성향이 다분한 성격과 탁월한 집도의술가까지, 선후배 동료들이 좋아하는 조건을 고루 다 갖추고 있다구요. 물론 당선될 확률이 현재로는 80프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구요! 어떻든, 나는 공기자만 믿겠어요. 금년 후반기부터는 선거운동이 슬슬 시작될 걸요!”
편집부장은 자신이 내 앞의 어떤 입장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어울리지 않는 내용의 말을 그치려 하지 않았다.
그때 내 호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자지러졌다.
“어디 계세요?”
민기자였다. 나는 마치 구원자를 만난듯 반겼다.
“복도 휴게실에서 편집부장님과 커피 마시고 있어요.”
“내가 그곳으로 갈게요!”
휴대폰을 접자 부장이 내 얼굴을 쳐다 보았다.
“민기자 입니까?”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는 당신이 나에게 한 말을 민기자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말했다.
생명의 늪(375)
입력 2005-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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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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