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늪 418
 그러자 신부의 어머니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부분을, 우리가 어떻게 배려를 해드린다는 거예요?”
 “하객을 맞는 입구에서도 신랑신부를 나누지 말고 함께 나란히 설 수도 있었고, 식탁도 일자로 보다 원탁으로 했으면 혼자이심이 덜 두드러질 수도 있었다는 거지….”

 “정말 그랬네….”
 신부가 그녀 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닙니다. 그랬다면 아버지는 더 죄송해 하셨을 겁니다. 하도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분들이라 혼주라는 생각을 잠깐 잊으신 모양입니다. 제가 가서 뫼셔 오겠습니다.”

 “아니, 아니 그러지 말게. 아버님 편하실 대로, 하시고 싶으신 대로 하시게 가만 있게나. 내가 가서 한잔 올려야 겠어!”
 민교수가 벌떡 일어나며 포도주 두 병과 잔을 들고 친척들 테이블로 갔다. 아버지가 일어나 신부 아버지의 술을 받고 주변 친척들이 손뼉을 쳤다.
 “훌륭한 아드님을 사위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훌륭한 따님을 며느리 되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결혼식 날에사 상견례를 하게 되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양가의 조건이 불균형적인 대로 무난하게 넘어간다는 생각을 해본다. 신부의 아버지는 신부측 일가들에 비해 조금은 촌스럽고 원색적인 신랑 친척들에게 일일이 술을 권하면서 고맙다고 했다.
 여섯시에 시작된 결혼식이 아홉시 경에 완전히 끝이 났다. 아버지는 친척들과 2차를 하겠다며 함께 어울려 갔고 신부 부모는 ‘멋진 밤’이 되라며 뒷마무리를 끝내고 돌아갔다.

 우리는 신부의 어머니가 쥐어준 열쇠로 30층 라운지 아래 켠의 호텔방을 찾아 들었다. 놀라웠다. 한눈에 50여평은 됨직 싶은 초특급 방이었기 때문이다. 거실과 회의실과 침대방이 각각으로 배치되고 칵테일바와 3개의 화장실 또한 도심지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 보이는, 객실이 아니라 고급 주택의 내부를 옮겨 놓은 것 같은 매머드급 특실이었다. 나는 신부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잘못 들어온 것이 아니냐는 물음을 담고서다.

 “외국 국빈이 머무는 방이라고 했어요! 하룻밤 왕과 왕비가 되어 보라고 하셨어요!”
 “왕과 왕비도 다 좋은데, 도대체 최일급 호텔의 최일급 방이라니, 값이 얼마냐 이거지요. 이렇게 우리가…호사하고 누려도 괜찮으냐, 분수도 모르고 철딱서니 없는 젊은 것들처럼 튀는게 아니냐, 이거지요.”

 “어머머, 정말 얼굴까지 붉히고 흥분하시네…걱정마세요. 이 호텔 회장 부인께서 엄마와 단짝 친구시래요. 결혼 선물로, 한푼 받지 않고 이 방을 하룻밤 임대 주신거랍니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뿜어냈다. 솔직히 값을 지불하는 방이라면 우선 면적만으로도 일박에 천만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이 예상되면서, 혹여 신부집에서 그런 어처구니 없는 행위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과 함께 급작히 심장박동이 강해졌던 것이었다.

 “정말 다행이네. 나는 당장 방을 바꿀 생각을 했었지….”
 내 혼잣말에 신부가 낙담을 하듯 말을 받았다.
 “남자가 저렇듯 그릇이 아담하니 내 평생에 호강하기는 다 글렀네-.”
 물론 신부가 가벼운 농 정도로 말을 받는 것임은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