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늪 508

 솔직히 나는 벙벙한 기분이었다. 땅에서 갑자기 튕겨져 오른 풍선처럼 몸뚱이와 정신이 거실의 천장까지 치올라져서 둥둥 부유하는 들뜬 마음이었다. 한마디로 언짢은 기분은 천만에 아니었다. 채형이 그런 내 상황을 흘끔흘끔 훔쳐보며 주방으로 욕실로 들락거리면서 어서 샤워하고 식사를 하라고 채근했다.
 “채형씨, 여기 와서 좀 앉아 봐요! 내가 지금 여유있게 샤워하고 밥 먹을 상태 아니란거 알잖아요. 도대체 언제 그런 결정이 내려졌다는 겁니까?”

 채형이 소파에 와서 앉았다.
 “흥분되세요? 솔직히 담담하다면, 거짓말이겠지. 우리 신혼여행 중 일 때 상임이사회에서 협의 결정이 되었나 봐요. 임명장은 내주 주말 호텔 상반기 이사회에서 전달한답니다. 아마도 엄마가 찬우씨에게 직접 연락할 거예요.”
 “그런데, 채형씨, 장모님이 이렇게 처리하셔도… 괜찮은 거요? 다른 이사들의 저항이 없느냐 말씀입니다.”

 “엄마가 제주 호텔의 실질적인 주인이시라는 건 아시잖아요. 주식의 3분의 2를 엄마가 갖고 계시고 그 주식의 일부를 찬우씨 앞으로 증여하여 합법적인 이사 자격으로 만들었나 봐요. 나한테도 제주 호텔의 주식은 있어요. 찬우씨 만큼 되는 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리고 운영은 전적으로 엄마가 하고 있지만 내가 어릴 적에 이미 증여를 했나 봐요.”

 “그런데… 채형씨,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 거요?”
 “당연하죠. 당신은 이제 우리 가족이 되었고, 아마 장차는 우리 엄마의 오른팔이 될 걸요!”
 채형이 생글거렸다.
 “처남이 있고 당신이 있는데 아무런 능력도 없는 내가 장모님을 어떻게 보필해 드릴 수가 있을까.”

 “처남은 순종 의사예요. 집안의 내력대로 피내림대로 참한 의사 노릇이 적성이라고 스스로 떠벌이면서 외가 쪽의 사업에 끼어들려하지 않아요. 그러니 우리 엄마는 찬우씨에게 입양한 아들 이상으로, 큰 기대를 갖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찬우씨의 어머님이 계시지 않은 것도 우리 엄마에게는 찬스로 보이는지, 모정에 갈증을 많이 느끼고 있을 것이라 안타까워도 하시더라구!”

 “고맙기도 하시지… 내가 인복이 많은 놈 인가봐….”
 “마치 노인처럼 말하고 있네요! 어서 샤워해요, 10시가 넘었는데 아직 저녁식사 전이잖아요.”
 그녀가 소파에서 다시 일어났다.
 “어떻게 해야되지? 늦은 시간이지만, 내가 장모님께 뭐라고 인사를 드려야 되는 거 아닌가?”

 “아니요, 엄마 연락주실 때까지 모른 척 하세요. 비밀로 하라고 했는데 정기사 때문에 들통 나버렸으니까. 참 그리고 엄마 차, 우리가 정식으로 사용해도 좋다고 했어요. 엄마는 출퇴근 시간외는 거의 사용하지 않으시니까.”

 “아니, 그러지 말아요. 우리가 무슨 차가 필요해요. 나를 점점 우습게 만들지 말아요. 나 6월에 실기 합격할 수 있어요. 면허 취득하는 대로 중고차 구입하면 돼요. 채형씨 필요할 때 내가 운전해줄 테니까.”
 “싫어요. 나는 기사가 끄는 승차감 좋은 엄마 차 탈건데요. 찬우씨는 맘대로 하세요. 하지만 취재 때 필요하면 엄마차를 좀 이용하세요. 우리 엄마의 명령이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