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동창이 밝았느냐 < 251 >
13. 어색한 출발⑬

강변 횟집에서 일어섰을 때는 완연히 어두워 있을 때였다.
계산대로 나오니 뚱보 여주인이 마침 잘 아는 사람을 만나기라도 한 듯이 싱글벙글 웃고 서 있었다.
홍금단이 잠깐 앞서 나간 사이에 말했다.
"계산, 아까 사모님께서 하셨어요. 호호호. 혹시 주무시고 가실 거 아닌가요? 방 따뜻하고 분위기 좋은 파크 안내해 드릴께요."
뒷말은 은근하고 눈까지 찡끗했다. 주름이 많이 간 얼굴인데도 이상하게 밉게 보이지 않았다.
조동창의 물음은 꼭 장난기만은 아니었다.
"거기가 어디요?"
"여기서 서울 길로 2키로 쯤 가시다가 바로 오른 쪽에 '남한강 파크'라구 있어요.
가신다면 제가 특별히 전망 좋은 방 드리라고 전화해 놓을께요. 호호호."
뚱보 주인은 그 몸에 어울리지 않게 아까보다 더 음흉스럽게 눈을 찡끗해 보였다.
"깜깜한 밤중에 전망이 좋아봐야 그게 그거지 별 수 있겠수?"
"뭔소리당가? 그래도 분위기가 다르제라?"
뚱보 주인이 느닷없는 사투리를 꺼내며 호호호 또 웃음을 내었다.
"전화나 해 주시구려. 하지만 못 갈 수도 있으니 꼭 기대하지는 말구요."
"꼭 들러서 가시래두요."
힐끗, 유리문 밖에서 기다리는 홍금단을 바라보면서 여전히 묘한 심술기 같은 것이 발동했다.
아니, 술기운과 함께 성욕이 동했다.
"이렇게 분위기 있는데 나오기가 여간 어렵수? 같은 여자지만, 여자란 가끔 새로운 추억도 있어야 살맛이 나는 법이라우."
조동창이 식당 밖으로 나오니 홍금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 불쑥 치밀었던 성욕을 잠재우기라도 하듯이 찬 밤바람이 휘익 스쳐갔다.
"이번 여행은 내가 제안했는데 먼저 음식값을 내다니 그런 실례가 어디 있어?"
"누가 내면 어때요?"
앞에 '우리 사이에'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아서 홍금단이 한결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주인 여자와 무슨 말이 그리 길었어요?"
"꼭 듣고 싶어?"
홍금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란 이런데 나오면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간직하게 된대나?"
"그래서요?"
"좋은 추억 만들라고 응원합디다."
"앞으로 이보다 더 좋은 추억이 많아지면 묻힐지 모르지만, 정말 기분 좋은 하루였어요."
"앞으로 이보다 더 좋은 추억을 쌓아 갈 테니 두고 보구려."
"어머, 정말이에요?"
"그럼! 정말이구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