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아버지를 찾아서 < 298 >
2. 팔려 가는 당나귀⑧
"잔말말구 애비가 시키는 대로 햐! 그래야 네 신세가 편할 텐께."
아버지가 좋게 타일러 말했다. 이제 아무 소용없다고 느꼈던지 유복이누나가 뜨락에 푹 펴져앉더니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금세 세수를 한 유복이의 얼굴은 온통 눈물 범벅이 되어 있었다.
곁에 서있던 어머니도 펑펑 눈물을 흘리고 서 있었다.
"아부지! 저 안 갈꺼유. 앞으로 아버지 말 잘 들을께유. 예?"
아직 날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으니 형제들은 소리를 내어 울던 못하고 황소같이 뚝뚝 눈물을 흘리고 서 있었다.
아버지가 버럭 성을 내어 말했다.
"야, 이년아! 뭣 때문에 굴러 들어오는 복을 차겠다는 거여?"
"아부지. 저는 복도 싫구 엄마 아부지 오빠들이랑 살고 싶다니께유."
유복이누나도 이제 떠나는 마당이라 그런지 무서운 것도 없어 보였다.
"아, 싸게 일어나! 또 어디 도망이라도 가는 날에는 아예 다리몽뎅이를 뚝 분질러 놓을 텐께."
온 식구가 눈물이니 아버지는 난감해져 서 있다가 말했다.
"아 누구 초상났어? 자발스럽기는…"
그래도 전날 일복이형에게 당한 뒤라서 그런지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손찌검은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소 고삐를 잡더니 한 손으로는 유복이의 손목을 잡았다. 이제는 어디로 달아날 수도 없는 것이다.
"어디 가서 잘 살어. 다 저 하기 나름이니께."
"어머이! 나 가기 싫어. 으 흐흐흐…"
한참동안 참고 섰던 아버지가 온 식구를 향해 버럭 성을 내었다.
"아따, 심청이 인당수로 끌려가는 것도 아니구 왜 지랄들이여."
"아부지! 그럼, 인제 저 정말루 이 집에 안 와유? 예?"
"아, 이년아. 이런 집구석 뭐 좋다구 찾아와? 한번 가믄 호강시러워서 오기도 싫을테니께 걱정 말어."
아버지가 소를 앞세우고 유복이의 손목을 움켜잡은 채 언덕을 내려갔다.
안개 속으로 소와 사람이 금세 파묻혀버리고 소 풍경 소리만 딸랑딸랑 들려왔다.
이때 울음을 참고 있던 일복이형이 소리쳤다.
"유복아. 꼭 내가 한 말 잊지 마!"
그것은 아버지 죽을 때까지만 나가서 살라는 말인데, 아버지가 모를 말이기에 망정이지 섬뜩한 말이었다.
"엄마! 오빠!"
유복이누나의 울음 섞인 마지막 말이 들려왔다. 아까까지 잠을 자던 귀녀가 여우같이 촐싹 나와서 말했다.
"언니. 잘 가."
그러나 아버지가 유복이누나를 어떻게 했는지 말대답 한마디 더 들려오지 않았다.
이윽고 풍경 소리마저 안개 속으로 가물가물 사라졌다. 방으로 들어온 어머니가 떡 퍼져앉아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형제들은 말없이 마루에 걸터앉아 있었다.
나서서 식전 일을 시키던 일복이형도 불끈 쥔 주먹으로 눈물을 씻으며 내내 앉아 있었다.
별이 쏟아지는 사랑
입력 1999-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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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3-2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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