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아버지를 찾아서 < 340 >
6. 돌아온 아버지⑬

칠복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떠나고 없었다.
대신, 아침까지 천 근 병 짐을 지고 있던 귀녀가 훌훌 털고 일어나 활짝 웃으며 맞았다.
분홍색 스웨터에 흰 물방울 무늬치마를 갈아 입은 귀녀는 집안 청소까지 깨끗이 마쳤고, 상치밭에 물을 흠뻑 주었다.
이런 때 귀녀는 한 줄기 소나기 끝에 피어난 꽃처럼 아름다웠다.
"아버지는?"
"오빠. 아버지 얘기는 그만두고, 집안 청소 어때?"
"그래, 청소 한번 깨끗이 했구나. 그건 그렇고 오늘 아침에는 왜 아픈 척 누워 있었던 거냐?"
"행여 팔아먹으려할까봐 미리 아픈 척 한 거야. 어젯밤 나를 쳐다보는 아버지의 눈빛이 이상했거든. 그래서 병죽어리로 보일 필요가 있었던 거야."
"그러면 이제 아버지가 자주 오실 텐데 그때마다 아파야겠네."
"그래야 값이 나가지 않는 줄 알고 팔아먹을 생각을 하지 않을 테지."
"그러면 대신 날 팔아먹으면?"
"그건 오빠가 알아서 해. 호호호."
귀녀가 갑자기 칠복이의 목을 감아 안더니 칠복이 목에 입을 맞추었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호호호, 왜 그렇게 놀라는 거야?"
칠복이가 얼른 대문 쪽을 쳐다보았다.
"너, 누가 보면 어쩔려구 그러니?"
칠복이가 낯을 붉히니 귀녀는 까르르 웃음을 굴리며 말했다.
"난 이 세상에 아버지만 없으면 날아갈 것만 같애."
"얘가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그렇지만 앞으로 자주 오실 것 같던데, 너 그러면 어떻게 할래?"
"어쩌긴 뭘 어째? 내가 이 집에 인연을 끊으면 그만이지."
"그게 무슨 말이여? 그럼, 어머이하고 우리 형제들은 어쩌고?"
"솔직히 우리 어머이가 우리를 낳은 것도 아닌데, 언제 인연 끊어도 상관없어."
귀녀의 말이 섬뜩하게 들렸다. 귀녀의 말은 언제든지 때가 되면 형제들과도 인연을 끊겠다는 뜻이었다.
귀녀는 곱게 땋아 내린 머리를 풀어 헤쳐서 긴 머리를 손으로 빗어 내렸다.
귀녀가 한결 성숙되어 보였다. 이 때 마침 대문 밖에서 자전거 종소리가 찌렁찌렁 울렸다. 삼복이형이었다.
"잘들 있었냐?"
"일할 시간인데, 삼복이형 어쩐 일이여?"
"응, 잠깐 왔지. 자 봐라. 이 자전거 내 손으로 고친 자전거다."
삼복이형이 자랑을 하면서 으스대었는데, 귀녀가 눈치도 없이 코를 틀어쥐며 핀잔을 주었다.
"으휴. 삼복이오빠, 기름냄새 난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