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아버지를 찾아서 < 348 >
7. 최후의 날을 위한 밤 ⑧

귀녀의 책상까지 들여놓으니 겨우 두 사람이 반듯이 누워지낼 공간이 남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복이형까지 올라왔으니 이것도 새로운 근심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진작 새로운 집을 얻는 건데…괜스레 귀녀가 집나갈 짓을 했으니."
일복이형이 방으로 들어와 비좁은 것을 보며 말했다.
"일복이형. 내 부지런히 벌어서 그 돈 갚으께. 너무 걱정하지 마."
삼복이형의 말에 일복형이 잠깐 눈물을 지우며 말했다.
"삼복아. 내 걱정은 귀녀가 돌아오지 않는 거지 돈이 아니다. 그것도 어머이 아버지 밑에서 유복하게나 컸으면 몰라도 얼마나 불쌍하냐?"
"일복이형, 걱정 마. 며칠 나가 있어보면 우리 식구들이 보고 싶어서라도 꼭 돌아올 거여."
그렇지만 칠복이는 귀녀가 쉽게 들어올 것 같지 않았다. 그나마 자존심까지 강해서 절대 초라한 모습으로는 나타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귀녀 야가 나가서 일이 잘못되면 그건 다 내 죄라니께."
일복이형이 끝내 눈물을 보였다. 칠복이는 착한 일복이형 가슴에 못을 박아놓고 떠난 귀녀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귀녀가 한번 독하게 맘먹기라도 하는 날이면 뒤도 한번 안 돌아볼 만큼 독할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한참 공부를 해도 모자라는 판에 학교가 멀어서 큰일났다. 이런 일이 몇 달만 뒤에 터졌어도 칠복이 대학가는 것까지 잘 될 건데 이를 어쩌면 좋으냐?"
"일복이형. 삼복이형의 헌 자전거가 있은께 그걸 타고 댕기면 되잖아."
"아까 니아까를 끌고 오민서 보니께 멀기두 멀구 차들도 씽씽 댕겨대서 자전거 타구 댕기는 일도 걱정이다."
"형, 걱정하지 마. 내야 책상에 편히 앉아서 하는 공부잖아. 형들이야 나보다 더 고생인데 뭘."
칠복이는 정말 형들이 고마워서 하는 말이었다.
칠복이가 밥을 짓는 동안 삼복이형이 밖으로 나가더니 돼지고기 한 근에 소주를 한 병을 사 가지고 들어왔다.
칠복이가 김치 찌개를 끓이는 동안에도 일복이형은 내내 침울하게 앉아 있다가 밥상이 나오자 밥 대신 삼복이가 내민 술잔을 말없이 받았다.
일복이형이 술을 마시더니 삼복이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형, 나 술 한번도 안 먹어봤어."
"자전거포도 내고 했으니 기분 좋게 한 잔 마셔라."
술잔을 받아놓은 삼복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형. 고마워. 나 자전거포 못내는 줄 알았어. 부지런히 벌어서 갚을게."
"나두 솔직하게 말하믄, 너 아버지한테 돈 못 받아서 자전거포 못 내면 어떻게 될 거 같더라. 죽은 오복이 생각까지 나서 며칠 밤잠이 안 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