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아버지를 찾아서 < 364 >
9. 끝없는 욕망 속으로 ⑨
"왜 그렇게 놀라세요?"
"그럼, 여태 제게 보여주신 호의가 모두 김서창의 부탁 때문인가요?"
"어머, 천만에요. 저는 뭐 감정도 없는 사람인 줄 아세요? 칠복씨에게 매력을 느낀 것뿐이라구요."
두 사람은 레스토랑 밖으로 나왔다.
거리는 네온 불빛이 휘황찬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잠시 오가던 근심 조각들이 술기운에 실려 사라져버렸다.
그러면 아버지가 술에 젖어 방탕하게 산 것처럼 내 몸에도 아버지 같은 기질이 흐르고 있는 것일까.
호텔 나이트 클럽은 별천지의 밤이 펼쳐지고 있었다. 무대에는 은하수와 별이 흐르고, 시냇물처럼 잔잔한 음악이 흐느끼듯 흐르고 있었다.
무대에는 몇 쌍의 남녀가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을 흠뻑 맞으며 블루스를 추고 있었고, 사람들은 탁자에 앉아 술을 마시며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칠복이와 노혜미가 원탁에 앉으니 흰 남방에 빨간 나비넥타이를 멘 웨이터가 쟁반에 물수건을 내밀었다.
칠복이는 물수건을 받아 노혜미가 하는 대로 손을 닦았다. 그 동안 웨이터는 들고 온 촛불 등을 켜고 나서 칠복이에게 메뉴판을 내밀더니 후레쉬를 켜서 비춰주었다.
뭘 시켜야 좋을지 난감해하고 있으니 마침 노혜미가 말했다.
"기본으로 가지고 오세요."
"알겠습니다."
웨이터가 공손히 허리를 접으며 물러갔다.
"미팅이 처음이면 나이트 클럽도 처음이시겠군요?"
노혜미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하군요."
"저도 두어 번 오기는 했지만 아직 얼떨떨해요."
이때 두두둥 천둥치는 듯한 드럼 소리가 훑고 지나가더니 광란의 밴드와 함께 현란한 불빛이 명멸하기 시작했다.
홀 그득하게 앉아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무대로 몰려나갔다. 갑자기 무슨 바람에 실리기라도 한 듯이 노혜미가 칠복이의 손을 잡아끌었다.
"우리도 춤추러 나가요."
"나는 못 춥니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음악에 따라 내맡기면 되요."
"무용과인데 어련하겠어요?"
"철학과 사람이 마치 손금 못 보는 것과 같아요."
노혜미가 완강하게 잡아 이끄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노혜미의 말처럼 사람들은 마치 흐르는 물살에 몸을 내맡기듯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노혜미가 늘씬한 몸매로 차분하게 관능적으로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따라 해보세요."
칠복이도 천천히 노혜미의 몸짓을 따라 했다. 리듬에 맞춰 몸이 흔들리면서 차츰 흥이 불붙었다. 화려하게 내려꽂히는 조명 속에서 활짝 웃는 노혜미의 모습은 손아귀에 넣고 싶도록 매혹적이었다.
별이 쏟아지는 사랑
입력 1999-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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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6-1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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