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아버지를 찾아서 < 560 >
 25. 삼복이형을 찾아서 ⑥

 유복이누나가 '우리 그이'라는 말을 할 때는 얼굴에 싸늘한 긴장이 서려 보였다. 그러면 당장 유복이누나에게 필요한 말이 뭐란 말인가.
 “칠복아. 내 극장구경 시켜 줄 테니 나가자.”
 극장을 갈 시간이면 삼복이형을 만날 수 있는데 왜 피하는 걸까.
 “그 이가 극장 구경까지만 허락해 주셨단 말이야.”
 “유복이누나 덕분에 영화 구경하게 생겼네.”
 칠복이는 침울한 기분을 이렇게 얼른 포장하고 말았다. 극장에 들어가 유복이누나처럼 함께 속박되는 것은 아닐까.
 도심을 질러 흐르는 개울가로 하얀 벚꽃이 만발해 있었다. 하얀 벚꽃을 거르고 나온 하얀 봄 햇살에 드러난 유복이누나의 얼굴은 한결 창백해 보였다.
그래도 유복이누나는 꽃의 감흥에 젖었던지 칠복이의 손을 잡았다. 비쩍 마른 손가락 뼈마디에서 약간 시원한 느낌이 전해왔는데, 이는 마치 그 동안 모진 세파에 뜯겨 나간 살점처럼 처량하게 느껴졌다.
그러면 유복이누나가 칠복이를 찾아온 이유는 뭘까. 아버지에게 질렸으면서도 다른 한편에 남아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지금 비록 감시당하는 몸이긴 해도 지금 이 순간은 유복이누나가 그리워하던 순간일지도 모른다.
 “유복이누나. 그러면 앞으로 가끔 이렇게 나올 수 있는 거야?”
 “그건 몰라. 아마 그럴 거야. 아니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거구.”
 유복이누나의 손이 한결 따뜻해져 있어서 칠복이는 살며시 힘을 주었다. 그렇지만 지금 어디선가 유복이누나와 칠복이를 감시하는 눈이 있다는 사실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유복이누나는 벌써 극장표 두 장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스잔나'라는 홍콩 영화였는데, 여주인공이 언니를 질투하여 언니가 사랑하는 남자를 가로챘다가 어느 날 자신이 암이라는 불치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뒤부터 여주인공은 언니와 남자의 재결합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인데, 죽어 가는 여주인공이 불쌍하여 내내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내용이었다. 유복이누나는 어떤 사연이 자신의 처지와 맞았다고 여겼는지 영화를 보는 동안 내내 눈물을 흘렸다.
 극장을 나오자 유복이누나는 눈물 따위는 사라지고 처음 만났을 때의 긴장감이 살아났다. 그렇지만 칠복이는 왜인지 이대로 헤어져서는 안될 것만 같았다.
 “유복이누나. 우리 어디 가서 짜장면이라도 한 그릇 먹자.”
 “안돼! 난 여기서 꼼짝 말고 있어야 해.”
 “그럼, 언제 또 올 거야?”
 “나 다방에서 일하는데 한 달에 한번씩 놀아. 그이가 허락해 주면 나올 수 있어.”
 그렇지만 유복이누나의 눈에서는 새로운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럼, 다음달을 기다리고 있을께.”
 유복이누나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칠복이는 얼른 안집의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다.
 이때 오토바이가 달려와 유복이누나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