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아버지를 찾아서 < 568 >
 26. 아버지의 아버지 중팔이 ③

 “뭐여? 어떻게 알고?”
 “어떻게 알다이? 벌써 술도가에 술도 시키러 간 걸?”
 팽나무 끌에는 중팔이가 제대했다는 소문을 듣고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입대를 할 때도 이렇게 모여서 마중을 했었다.
 “안녕하셨시유?”
 중팔이는 동네 사람들에게 일일이 꾸벅꾸벅 인사를 하면서, 행여 샘집 순덕이가 보이는지 주위를 살폈지만 보이지 않았다. 아마 밤이나 되어야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중팔이는 좋겄다. 비단장수 새 어머이도 들어오고…”
 “그러게. 이제 중팔이 너도 아부지 겉이 삐까뻔쩍한 비단 걸치구 살겄네. 헤헤헤.”
 빈정거리는 사람들의 말에 중팔이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중팔이는 그제야 새어머니가 비단장수인 줄도 알게 되었고, 아버지가 곱게 차려 입은 옷도 그 여자가 지어준 옷이구나 싶었다.
동네 사람들이 한바탕 찧고 까불러대는 바람에 중팔이는 넋이 달아나 허둥대고 있었다.
 아침해가 푹 퍼지기 전에 동네 사람들은 일터로 흩어지고, 중팔이는 동무들을 따라 술도가 집에서 자전거로 날라온 술통을 지고 개울 가 미루나무 숲으로 갔다.
한 머리는 족대로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 술안주를 만들고, 흘러가는 물에 발을 담그고 막걸리 몇 잔을 마시고 나니 비로소 제대를 해서 집에 돌아왔다는 실감이 났다.
마냥 무겁던 마음도 술기운에 날아가고 비로소 흥이 나서 허풍을 떨었다.
 “야. 카츄사에서 맨날 맥주 양주만 마시다가 막걸리를 먹은께 술이 영 싱겁구먼?”
 “싱거우믄 안주 많이 떠 먹으믄 되지 뭔 걱정이여. 흐흐흐.”
 “야, 이런 등신아. 양주 맥주는 입에 들어가면 불 같이 화끈하고 톡 쏜단 말이여.”
 “그려? 그러믄 양놈들은 빠다만 먹는다카던데 술안주는 뭘 먹나?”
 “양놈들은 맨날 고기 같은 기름 끼를 먹은께 술안주 같은 거는 안 먹는다.”
 “그렇게 좋은 데 말뚝 콱 박아 뿌리지 뭐할라고 나왔나?”
 경표 놈이 중팔이의 아픈 데를 찔렀다.
 “안 그래도 새어머니 얻은 줄 알았으믄 말뚝 박았을 끼다…”
 중팔이의 시무룩한 말에 동무들은 모두 안된 얼굴이 되어 주었다. 그러다 아까 아픈 데를 찔렀던 경표가 먼저 좋은 말로 달래 주었다.
 “야! 뭔소리여? 제대한께 이렇게 술도 마시고 안 좋나? 그저 우리는 막걸리가 젤이여.”
 “암. 빠다 먹는 놈들 안 부럽다.”
 흰 모래강변이 뻗어가고 푸른 산이 한층 가깝게 다가와 있었다. 그나저나 이 놈들은 중팔이와 순덕이가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줄 알면서도 순덕이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놈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중팔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야! 그나저나 순덕이는 잘 있냐?”
 그러자 동무들이 저들끼리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