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폭풍의 계절 < 634 >
4. 절망의 끝자락을 잡고 ⑭
사무실이 이 부근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차는 양재대로를 속도 내어 달리고 있었다. 옆에 앉은 이중산이 마치 윗사람에게 보고하듯이 김대홍을 향해 말했다.
“실장님. 오늘은 땅 먼저 보시지요. 그리고 나서 사업 전망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래요?”
그러면 아까 전화통화에서 아는 무당이 있느냐고 물었던 것도 점을 치기 위해서였단 말인가. 차는 양재동을 지나 시외 쪽으로 달아나고 있어서 김대홍은 분당 신도시쯤 가나보다 여기며 의자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낮술 때문인지 무겁게 피로가 몰려왔다. 김대홍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이러면 안되지 싶어 눈을 뜨고 차창 문을 약간 열어 찬바람을 불러들였다.
“피곤하실 텐데 눈 좀 붙이시지요. 앞으로 한참 더 갑니다.”
염치없지만 김대홍은 잠깐 눈을 붙였다. 사무실도 보여주지 않고 곧장 차를 태우고 나가는 것은 사무실조차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러면 또 어떤가. 김대홍은 어차피 모든 것을 쉽게 생각하기로 맘먹으니 편안해졌다.
“회장님. 제 관상 좀 보아주시면 어떻겠습니까?”
“호호호. 수백 명의 부하 직원을 거느린 회장 깜은 되요.”
“그래요? 그 말을 들으니 기분 좋은 게 아니라 꼭 농락 당하는 기분이군요.”
“호호호, 정말이에요. 그렇다고 없는 관상이야 지어서 말씀드릴 수는 없지 않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곁에 기획실장님의 관상이 더 매력 있어요.”
김대홍은 잠 속으로 끌려들어 가다가 밖으로 빠져나왔다. 눈 덮인 산야가 들어오면서 눈부시게 희었다. 와락 슬픔이 몰려왔다. 김대홍이 물었다.
“대체 매력 있다는 말뜻이 뭐죠?”
“굿을 할 때는 신바람이 나는 굿이 있고 맨송맨송해서 힘드는 굿이 있어요. 전자는 뭔가 얽히고 설켜서 여러 영상들이 오가지요. 후자는 눈에 어리는 영상이 없어 굿판이 마냥 힘들기만 해요. 관상도 마찬가지에요.”
“그럼, 우리 실장님 관상이 어떻다는 말입니까?”
이중산이 물었다. 김대홍은 손정희의 말에 설레었다.
“글세, 뭐랄까요…….”
색안경을 벗은 손정희의 얼굴이 진지하게 바뀌어 있었다. 그렇다고 꾸며낸 표정도 아닌데, 왜인지 연민 어린 표정이 되어 있었다.
“이거 초면에 허락도 없이 말씀 드려도 좋을지 모르겠네요.”
손정희가 좀은 신중한 표정이 되었다.
“그렇게 말씀을 시작하셨으니 그냥 쓸어 담을 수는 없습니다.”
김대홍이 겉으로는 차분했지만 가슴은 설레고 있었다. 손정희가 갑자기 무서운 눈으로 김대홍을 노려보았다.
별이 쏟아지는 사랑
입력 2000-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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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5-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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