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폭풍의 계절 (647 )
5. 행복의 샘을 찾아서 ⑪
잠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중산이 오늘따라 말을 아끼고 있었다. 그렇다고 무속협회 사업은 이중산이 추진하는 일이라 김대홍이 먼저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현귀녀씨는 미국 유학까지 다녀오신 인텔리라고 들었는데, 어쩌다 이런 무속의 길을 들어서게 되셨습니까?”
김대홍이 현칠복에게 언뜻 들었던 말을 상기하여 물었다. 궁금해서라기보다는 어색한 틈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유학은 무슨……하기는 인생살이를 배웠다면 그것도 유학이라 할만도 하군요. 이해가 안 가실지 모르지만, 무당은 제가 하고 싶어서 되는 게 아니에요.”
이번에는 현귀녀가 쓸쓸히 웃었다. 그런 현귀녀에게서는 또 다른 매력이 배어 났다. 김대홍은 이상하게 현귀녀의 눈길이 끈질기게 따라붙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김대홍은 계속 눈길을 피하고 있었지만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좋을지 몰라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현귀녀의 매력에 취해 잠깐씩 늘씬한 현귀녀의 나체를 상상하기도 했는데, 어쩌면 현귀녀가 그런 사람 속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는 것만 같아 괜스레 낯을 붉히곤 했다. 정말 현귀녀가 사람 속을 들여다 꿰뚫어 본 듯 불쑥 말했다.
“지금, 김실장님 곁에는 두 여자가 있군요.”
그 순간 현귀녀의 눈길이 싸늘하게 느껴졌다. 김대홍은 흠칫 놀랐다.
“곁에 있는 여자가 어찌 한 둘이겠습니까? 헤아리자면 수 없이 많지요. 지금 눈앞에도 있잖아요.”
김대홍이 슬쩍 우스개말로 눙쳤다. 그렇다면 아내 아닌 유옥희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김대홍의 속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말이다. 현귀녀가 여전히 싸늘해져서 말했다.
“아냐! 두 여자 아니라 세 여자라도 거느릴 만한 팔자야.”
“별로 듣기 좋은 말은 아닌 것 같군요.”
김대홍이 낯을 붉히며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걱정할 거 없어. 잘 살 팔자야.”
이 말 끝에서야 현귀녀가 차가운 눈길을 거두어 갔다.
“김실장님이 부럽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팔자가 드센가 봐요. 전날 무속협회 회장도 똑 같은 말을 했잖아요.”
이중산도 잠깐 웃음을 띠었으나 어딘가 엷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런 이중산이 딱하게 느껴졌다.
“이사장님, 뭐 궁금하신 게 있으시면 물어보시지요.”
“벌써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침 저녁때도 되고 했으니 어디 장소를 옮기시지요.”
“아니에요. 저는 곧 일어서야 해요.”
현귀녀가 서두는 바람에 차를 주문했다. 대체 무슨 말이 오갔기에 이중산의 기분이 저렇게 가라앉은 것일까.
별이 쏟아지는 사랑
입력 2000-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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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6-0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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