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폭풍의 계절 < 655 >
 6. 보이지 않는 손 ①

 차가 도로 옆으로 들어섰다. 지붕 위로 우람한 풍차 모양의 거대한 조형물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풍차의 날개에 콩알만한 등이 빼곡하게 장식되었는데, 그것이 깜빡거려서 마치 날개가 돌아가는 모양을 갖추었다.
그리고 풍차 아래 건물 지붕은 '거대한 샘' 모양으로 푸른 띠를 두르고 있었다. 그래서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것은 깊은 물 속으로 자맥질해 들어가는 셈이었다.
 레스토랑 안에는 화려한 바깥 풍경과 달리 흐린 등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아늑한 분위기라기보다 침울하게 가라앉아 보였다.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들도 서너 쌍이 앉아 있을 뿐이고, 원뿔 모양으로 조명이 내리는 무대에는 흰 장발에 청바지를 입은 사내가 열심히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청바지에 통키 타를 치던 청년이 수십 년을 고스란히 건너와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몹시 낯설게 느껴졌다.
 무대가 멀리 한 눈으로 보이는 빈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을 때 아르바이트생이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뭘 드실까요?”
 “사장님 좀 뵈러왔소이다.”
 “알겠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은 물잔 둘을 내려놓고 돌아갔다. 함대령이 한동안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가 물 컵을 들어 목을 축이고 내려놓으며 물었다.
 “참, 김 실장. 오늘 재판이 있는 날이라 하지 않았소? 어땠소?”
 김대홍은 그래도 관심을 가져준 게 인정스럽게 느껴졌지만 짧게 말했다.
 “그냥, 시작은 산뜻했습니다. 앞으로 지루하게 진행이 될 건데요 뭐.”
 “그래? 다행이군요.”
 얼마 아니되어 무대에 공연이 끝났다. 두어 테이블 남은 손님과 함께 함대령과 김대홍이 박수를 보태어 주었다.
서창구가 무대에서 내려와 손님들에게 잠깐 들렀다가 이 쪽으로 다가왔다. 음악이 어두운 레스토랑 아래로 깔리고 있었다.
 “선생님,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청바지에 흰 장발이 어울려 보이는 사내가 정중하게 허리를 접었다.
 “아직, 노래가 좋군.”
 “좋게 보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서창구는 수줍어 뒷머리를 긁으며 의자에 앉았다.
 “인사하지. 여기는 우리 기획실장님이신데, 마침 1970년대에 서창구의 열렬한 팬이었다네.”
 함대령이 좀은 과장하여 소개를 해주었다.
 “저를 기억해 주시다니 고맙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니 영광입니다.”
 뒤이어 술이 들어왔는데 펑퍼짐한 안주 접시에서 안개가 무럭무럭 솟아 나오고, 그 안에서 고급양주가 날씬한 몸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