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쏟아지는 사랑  < 663 >
 제4화, 폭풍의 계절
 6. 보이지 않는 음모 ⑨
 “그냥 가셔도 좋을 것 같기는 한데, 혹시 구토 증세가 있거나 하면 즉시 병원으로 오십시오.”
 “감사합니다.”
 김대홍은 서둘러 응급실을 나왔다. 사노라면 이렇게 생사를 넘나드는 섬뜩한 상황을 만나기도 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김대홍은 문득 그 장소에서 죽음을 당했다는 가정을 해보았다. 유옥희보다 아내와 재활원에 가 있는 아이의 얼굴이 더 먼저 떠올랐다.
 대체 누구의 짓인가. 순경의 말대로 취객을 상대로 하는 아리랑치기는 아닐 것 같았다. 그러면 혹시 재산을 빼돌렸다고 보복 테러를 하는 것인가. 아니면 토지 경매에 뛰어드는 것을 방해하려는 수작일까. 하지만 아직 경매는 시작도 전이다. 별의별 해괴한 생각들이 오갔다.
 이때였다.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돌연 어둠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김대홍은 비틀하며 병원 현관 기둥에 기대어 서 있었다. 이도 잠깐이고 다시 무대가 열리듯이 세상에 빛이 들어왔다. 짧은 시간에 죽음의 세계에 들어갔다가 헤쳐 나온 것만 같았다. 와락 공포가 몰려왔다. 괜스레 퇴원을 하는가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의사는 구토 증세만 말했을 뿐, 이렇게 의식이 깜빡 사라지는 증세는 말하지 않았다.
 유옥희는 병원 복도 간이 의자에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병원 밖으로 나오니 깊은 밤이라 푸른 수은등이 조을 듯 서 있었다. 그 아래 벤치에 유옥희가 앉아 있었다.
 “뭘해?”
 “어째, 벌써 나오셨어요?”
 유옥희가 일어나며 슬쩍 눈물 흔적을 없앴다.
 “순경과 의사가 맞교대를 하듯이 들어왔어.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아.”
 “미안해요. 하필 저를 만나려할 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저와는 인연이 아닌가봐요.”
 그게 유옥희가 눈물을 훔쳤던 이유였을까.
 “걱정 마. 순경의 추측으로는 취객을 상대로 한 아리랑치기 같대.”
 그러면서도 김대홍은 아까 눈앞을 막아섰던 어둠이 곧 죽음의 세상일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다시 스쳐갔다.
 “우리 너무 앞날에 집착하지 말자. 현재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 우리는 미래에 대한 근심 때문에 불행해지는 거야.”
 “그래도 자꾸 오늘이 불안해요. 언제까지나 제 곁에 있어주실 거죠?”
 택시를 탔지만 행선지는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어디로 모실까요?”
 운전사가 물었을 때 유옥희가 김대홍을 쳐다보았다. 눈은 아직 물기에 젖어 있었다. 김대홍이 망설일 때 유옥희가 말했다.
 “호텔 타이타닉으로 가 주세요.”
 호텔이라는 말에 김대홍은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