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쏟아지는 사랑
< 742 >
제4화, 폭풍의 계절
9. 우울한 봄 ⑬
“으음!”
온 몸으로 서늘한 기운이 스쳐갔다. 제아무리 아이엠에프 시대라 하더라도 나이트클럽 권리금은 최소한 10억이 넘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미스 현은 건물주 이운영의 사주를 받아 김대홍에게 접근을 해왔고, 이제 '때'가 와서 김대홍을 자신들의 음모에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 김대홍은 전 날에 받은 오천만원 리베이트 때문에 어떻게든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는 오히려 김대홍이 직접 나서서 일을 처리해야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건물주 이운영은 함대령을 보증금만 주어 내보내겠다는 말 아닌가.”
“쉽게 말하자면 그런 셈이지요.”
미스 현이 김대홍의 배 위로 사뿐히 올라 얼굴을 싸안으며 말했다.
“우리, 이번에 한 몫 잘 잡아 함께 살아요. 예?”
김대홍은 미스 현에 대해 더럭 겁이 났다. 지금 미스 현은 김대홍의 약점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처럼 보아 그렇다면 전날의 사장도 이 일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늘 잔금 날짜를 넘기면 어떻게 될까. 혹시 땅 등기를 넘겨주지 않으려는 음모가 끼여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 여태 미스 현의 입에 오르내리던 사랑도 제 목적 달성을 위해 동원된 가식인지도 모른다. 미스 현이 대답을 독촉하듯이 몸을 바짝 죄어 왔다. 김대홍이 어제 밤에 남겼던 타액 냄새와 함께 젖은 샘이 바짝 다가왔다. 김대홍이 무슨 대답이든 해야겠는데 얼른 입이 열리지 않았다. 순간, 김대홍은 미스 현의 제안을 거절했을 경우를 상상했다. 어차피 다른 방안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한 몫 잡는다는 말이 뭐지?”
아무래도 김대홍은 시간을 끌어야할 것 같았다.
“일이 성사되기만 하면 이운영 사장이 우리에게 2억을 떼어 주시기로 약속을 했어요.”
그렇다면 미스 현과 이운영 사장의 약속도 이 무릉도원에서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
“이운영 사장의 말을 어떻게 믿지?”
“그만한 믿음도 없이 세상 무슨 일을 하겠어요?”
미스 현이 김대홍의 몸에서 떨어져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때 무릉도원에서는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꽃잎이 지고 있었다. 그래, 어차피 이제는 모험을 할 수밖에 없다.
미스 현이 꽃잎이 난분분난분분 날아 내리는 무릉도원을 질러갔다. 이제 김대홍의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는데도 미스 현의 몸은 여전히 매혹적이고 생생했다. 미스 현은 저런 현란한 몸매로 숱한 남자들을 끌어들였는데도 김대홍은 그런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 스스로 신비한 우주 공간이나 무릉도원을 연출하듯 세상을 모두 제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오만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때였다. 미스 현의 손에 의해 김대홍의 앞날을 예고하듯이 봄 햇살 넘치는 무릉도원이 갑자기 암흑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