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폭풍의 계절
11. 희망으로 가는 길(31)
김대홍은 이기용에게서 한시 급히 달아나고 싶은데 그렇다고 훌쩍 일어설 용기는 나지 않았다. 어떤 말로 달아날 구실을 달까 망설이는 중에 이기용이 말했다.
“대홍이 너 법인 세우는 일을 좀 했다면서?”
김대홍은 깜짝 놀랐다. 그렇다면 함대령의 사무실에 전화를 했다는 말이다.
“그 말 어디서 들었냐?”
“야, 나 이제 세상 좀 볼 줄 안다. 하하하.”
이기용이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호쾌한 웃음을 내었다.
“그래?”
“그러기 위해 수업료 단단히 날렸지. 이제는 사람 척 보면 대충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아차린다.”
“그래?”
김대홍은 꼭 나쁜 짓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흠칫 놀랐다. 이기용이 말했다.
“대홍이 너, 나 공장 좀 세우는데 수고 좀 해줘라. 공장도 너가 하는 거 같이 해야 햐. 말하자면 특허를 나한테 사서 네가 공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해 달란 말이지.”
“그게 무슨 말이냐?”
김대홍은 깜짝 놀랐다. 사업설명회라더니 무슨 일이 있기는 있는 모양인데, 이런 비닐 하우스 안에서 꾼 꿈이 오죽하랴 싶었다. 꼴에 무슨 공장을 세운단 말인가. 이기용이 말끝에 술잔을 털어 넣었다.
야단스러운 빗소리가 비닐하우스를 두들겨댔다. 이런 곳에서 사는 처지에 공장을 짓다니…아직도 덧없는 꿈이나 꾸는 청년 같았다. 불쑥 아까 아침나절에 보았던 핏빛 욕조에 둥실 떠있던 사내의 주검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허황된 꿈을 간직한 이기용이 그나마 소중하게 보였다. 저 허망한 꿈이 이기용이를 살아 숨쉬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 살아 있노라면 무슨 수가 나도 나겠지.”
김대홍이 이기용이를 동정하여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이기용은 말없이 프라이팬에 구워진 고기를 연신 집어먹으며, 또 생고기를 얹으며 씹던 고기를 입에 담은 채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렇다고 사람이 살려고 아둥바둥한다고 살아지는 거는 아녀. 하늘에서 너 올라와 하면 할 수 없이 가야하는 겨.”
이기용이 살아 있는 입에다 연신 고기와 소주를 부지런히 집어넣었다. 갑자기 생각난 듯 이기용이 아까 타고 온 트럭을 가리키며 물었다.
“야, 너 저기에 뭐가 들었는지 아냐?”
“뭔데?”
아까는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한시 급히 달아나고 싶었다.
“구운 황토 계란이라고 들어본 적 있냐?”
“뭐? 황토에 계란을 구워?”
“저게 내가 발명해서 특허 낸 거여.”
비로소 이기용의 얼굴이 빛나기 시작하면서 말이 많아졌다.
별이 쏟아지는 사랑
입력 2000-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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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1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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