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밀복검(口蜜腹劍)(12)

 현종과 양귀비는 칠월칠석날을 택하여 화청궁으로 거동해 장생전에서 함께 노닐고 있었다.
 드디어 깊은 밤이었다. 하늘에는 은하수가 은가루를 뿌린 듯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성교의 즐거움도 말의 맛이 첨가되지 않으면 그 쾌감도 반으로 줄어드는 게 아닌가. 이제부터는 폐하께 아름다운 밀어를 속삭여 유혹하도록 작전을 바꾸어야 되겠다. 낮에는 현숙한 여인으로 단장하고, 베게 밑에서는 아름다운 언어와 뜨거운 몸으로 농락할 뿐이다!'
 그렇게 마음을 정한 양귀비는 현종을 이끌어 내전 난간으로 나갔다.
 “저길 보십시오. 밤하늘에서 유난히 밝게 반짝이는 견우성과 직녀성 말입니다.”
 “그렇소. 우리의 사랑처럼 아름다운 인연의 상징인 것 같소.”
 “부부의 지극한 사랑과 영원한 애정이 존재한다면 그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우리 부부가 그런 게 아니겠소?”
 “아니지요. 소첩도 나이가 들면 가을 부채처럼 버림받을 게 아니겠어요.”
 “그대는 오늘따라 유난히 비관적이시구려. 아아니, 눈물까지 흘리고 있지 않소. 울고 있는 그대는 더욱 고혹적이긴 하지만.”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가 하늘에서는 비익조(比翼鳥)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連理枝)가 될 수 있도록, 폐하와 손을 맞잡은 채 저 하늘의 별에게 맹세했으면 합니다.”
 “좋은 의견이오. 비익조란 우리 중국의 전설에서 암수가 한 몸으로 태어나는 새로서 사이좋은 부부를 상징하고, 연리지는 뿌리는 둘이지만 가지는 합쳐져 하나가 된다는 나무로서 부부의 깊은 애정을 상징하는 게 아니겠소. 우리 이제 저 별에게 맹세합시다. 비익조와 연리지처럼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것을 말이오!”
 그런 후에 현종과 양귀비는 새로운 방중술을 즐기기 위해 다정하게 껴안은 채 침실로 향했다. 이렇게 현종이 정사를 팽개친 채 양귀비한테 완전히 빠져있는 동안 당 왕조의 정치는 부패 일로로 치닫고 있었다. 그러나 양귀비로서는 그런 것쯤은 알 바 아니었다. 차라리 나라가 어지러워질수록 정권 장악의 기회는 빨리 오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양귀비는 정치적 감각을 곤두세우며, 누구와 손을 잡을 것인가를 세밀하게 검토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양오라버니 양국충이 양귀비가 있는 곳에 들렀다.
 “오라버니, 오랜만입니다. 요즘 어떠십니까?”
 “폐하 모시는 일 말고는 편안하오. 그런데 말이오. 요즘 듣자하니 이림보의 거동이 수상하다는 소문이오.”
 그 말에 양귀비는 단호하게 말했다.
 “오라버니, 비록 이재상이 구밀복검의 인간이라 하나 저로서는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정치적인 동반자이기도 하니 그를 그냥 두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