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장 노인은 백발의 팔순인데도 동안이었기 때문인지 스무살은 더 젊어
보였다.
그는 낯선사내를 만나자마자 해라를 했다.
“내 손녀딸을 구해주어 고마우이. 헌데 자네 혹시 이름이 이백(李白:字는
太白)이 아니던가?”
“예에? 제 이름을 어떻게 아십니까?”
이백은 기겁을 했다.
“틀림없구먼. 맨몸으로 태극권을 사용하고, 검술의 달인인데다 그가 장안
으로 입성하면 필시 소란을 피울 터이니, 그 자 이백을 체포하라고 누군가
가 귀띔했네.”
“체포요? 그런 귀띔을 한 자가 도대체 누구입니까?”
하지장 노인은 이백의 질문에는 아랑곳 않고 엉뚱한 얘기만 계속했다.
“자네의 자는 태백일 것이며, 농서지방에서 출생해 면수의 청련향에서 성
장하였을 걸세. 그래서 호를 청련거사라 짓고 거들먹거리며 시건방을 떨었
을 게 틀림없겠어.”
“사실입니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소년시절부터 탁월한 문재(文才)를 발휘하며 시
와 부(賦)를 써서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학식이 풍
부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권법과 검술을 잘하는 의협심이 강한 호쾌한 남
아이기도 하지.”
“선생님, 도대체 누가 그런…!”
“잠시 기다리게. 자네 지금 몇 살인가.”
“마흔하나입니다.”
“집을 떠나서 산동지방으로 갔다가 남하하더니 월땅 회계에서 한 동안 주
저앉았던 게 몇 해 전이던가?”
“12년 전입니다. 그러니까, 선생님께선 결국….”
“그곳에 너무 오래 있었군.”
“아닙니다. 제 스승님 문하를 떠난 지는 5년 전입니다.”
“그러니까 5년 동안 다시 천하를 방랑하셨다아 이런 얘기군.”
“그렇습니다.”
“결국 나로선 자네를 5년 동안이나 기다린 셈이 되겠네.”
“예에?”
“도사 오균(吳筠)을 아는가?”
“저의 스승이십니다.”
“내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지. 그가 자넬 장안으로 보내면서 무슨 말씀을
하지 않던가?”
“가거든 하지장 선생님을 꼭 만나뵈라 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늦게 왔는가?”
“좀 전에 말씀드린대로, 기왕에 천하유람을 즐기다 보니 때따라 볼 것이
너무 많아 이렇게 늦었습니다.”
하지장은 한 동안 생각에 잠겨 있더니 불쑥 내뱉었다.
“너의 스승 오균이 천재 한 놈을 보낼 테니 잘 거두어 달라며 인편에 편지
를 보낸 게 벌써 5년전이란 말일세. 나에게 장수의 복이 없었던들 자네를
만날 수가 없었을 걸세. 어쨌건 잘 왔네. 그래, 무예와 학문의 스승이 되
는 너의 사부님께선 안녕하시던가?”
어제의 진실 오늘의 진리
입력 2001-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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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0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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