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10)

 전제의 언설을 감동적으로 듣고 있던 광(합려)은 두어번 고개를 끄덕거
린 뒤 다시 물었다.
 “두 번째 부탁은 뭐요?”
 “제가 죽더라도. 노모를 오나라에서 맞아 주십시오.”
 “틀림없이 약속을 지키겠소. 나머지 부탁은 뭐요?”
 “칼을 주십시오.”
 “칼을? 칼잡이인 그대가 칼이 없어 나한테 칼을 달라는 거요?”
 “어장검(魚腸劍)을 말씀 드리고 있습니다.”
 “명공 구야자(歐冶子)가 만든 그 명검 말이오?”
 “조부되신 수몽왕께서 구하셔서 소장하고 계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부왕이신 제번왕께로 이어졌다가 지금은 장자이신 광 공자께서 소장하고 계
시다고, 저의 주군 오자서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걸 내가 소장하고 있는 건 사실이오. 헌데, 오공(자서)께선 무엇 때
문에 어장검이 꼭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소?”
 “어장검이야 말로 바위를 내리쳐도 깨드릴수 있는 명검이 아닙니까. 그
래서 오자서께서는 저같은 칼잡이도 실수 없게 일을 성사시키려면 반드시
그 명검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광은 속으로 탄식했다.
 '오자서의 복수심은 태산 보다 높고 심해보다 깊구나!'
 실상 청동기술은 중원에서 먼저 발달했으나 강철을 다지는 제철기술은 오
·월이 훨씬 앞서 있었다.
 오·월이 한 때 강성했던 이유도 중원의 선진 기술보다 제철로 명검을 제
작하는 요령이 훨씬 앞섰기 때문이었다.
 유명하다는 명검은 어장검 말고도 간장, 막야, 순균, 용연 태아, 담로,
거궐, 공포, 승사 등이 있었다.
 특히 간장검과 막야검이 오나라에서 만들어질 때에는 그에 따른 섬뜩한
얘기까지 전해지고 있다.
 항주(절강성)의 서북쪽에 대나무숲과 폭포로 둘러싸인 깊은 산이 있었
다. 그 산중에는 간장(干將)과 막야라는 부부 도장공이 있었다.
 오왕의 명을 받든 이들 부부 도장공은 오산의 철정(鐵精)과 육합(六合:天
地 四方)의 금영(金英)을 캐내어 천지신명께 기도드린 뒤, 음양이 조화되
고 신령이 강림한다는 시간을 기다린 최고의 조건 밑에서 칼을 만들기 시작
했다.
 그러나 작업 도중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바람에 용로 안의 쇳물이 엉겨
붙어 굳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를 어쩌나!”
 도장공 부부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일찍이 그들의 스승 구야자가 이럴
경우에는 어떤 조처를 취해야 되는가를 가르쳐 준 사실을 떠올렸다.
 “자신의 몸을 던지면 쇳물은 다시 녹는다. 그게 싫으면 자신의 머리털
을 자르고 손톱을 깎아 그것을 용로에 던진 뒤 동남동녀 800명이 교대로 풀
무를 불게 하면 엉겨 붙었던 쇳물이 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