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鷄肋)(1)
날씨는 무더웠다. 한중으로 유비를 치러가는 조조의 심사도 짜증으로 가
득차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싸움은 몇 개월씩이나 계속되었지만 얻는 것이 없었
다. 얻는 것은 고사하고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군사들이 도망을 치는 바람
에 사기도 극도로 떨어져 있었다.
'한중을 포기한다? 아니지! 그 아까운 한중을 어떻게 쉽사리 포기한단 말
인가!'
말을 탄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전진하는 조조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
다.
유비의 후방에서 병참기지를 재빨리 확보한 제갈량은 시종일관 전면충돌
은 피한 채 보급로 차단에만 주력하고 있으니 조조로서는 죽을 지경이었
다. 그 때문에 식량이 부족한 조조의 군사들이 도망칠 것은 당연한 일이었
다.
기가 죽어있는 위왕(魏王) 조조가 보기에 딱했는지 장수 하나가 말머리
를 가지런히 해 가까이 왔다.
“대왕, 제가 수수께끼를 하나 내 볼까요?”
마침 행군이 무료했던 터라 조조는 무작정 반겼다.
“수수께끼라. 그 좋군. 어디 한 문제 내 보게.”
장수가 마악 문제를 꺼내려는 순간 조조는 황급히 손을 저었다.
“잠깐 기다려 보게. 나 혼자 문제를 풀면 재미가 없지 않겠나. 저기 양
수(楊修)가 보이는군. 저친구 항상 머리 좋다고 자기 자랑이 심하니 수수께
끼도 함께 풀어 그 재주를 시험해 보는 바도 흥미있지 않겠나.”
“그 좋은 제안이십니다.”
양수가 불려왔다. 그는 낭중 벼슬을 거쳐 지금은 주부(主簿)가 된, 학문
에도 능한 수재였다.
“부르셨습니까?”
“왕장군이 수수께끼를 낸다 하니 우리 함께 풀어보세.”
“그러지요. 그러니까 대왕과 저 두 사람 중에서 누가 먼저 푸는가 하는
내기가 되는 것입니까?”
“그렇네. 술 한 말 내기일세. 왕장군은 어서 문제를 내 놓게나.”
드디어 왕장군은 수수께끼 문제를 내 놓았다.
“깎은 나무토막이 있습니다. 나이테의 숫자도 똑같습니다. 어느쪽이 밑
둥인지 알겠습니까?”
“알아내는 방법을 말하라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그 순간 양수의 입에서는 폭소가 터져나왔다.
“아하하하하… 그 정도라면, 대왕, 저는 벌써 답을 풀었습니다.”
“무어? 그렇게 빨리?”
“대왕께선 아직 해답의 근처에도 못가셨겠지요?”
슬슬 약까지 올리자 조조는 부아가 났다.
“자네는 벌써 답을 풀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수수께끼든 은어풀이든 어떤 문제라도 일각이면 얼마든지
풀어낼 수 있습니다. 저는 천재니까요!”
어제의 진실 오늘의 진리
입력 2001-09-08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1-09-08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