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령부득 ④
장건의 사정을 듣던 대완국왕은 갑자기 눈빛을 빛냈다.
“가만! 그럼 한 가지 물어보겠소.”
“하문하십시오.”
“그대의 그 한나라 말이오. 그곳엔 물자가 엄청나게 풍부하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오?”
“사실입니다. 한나라는 대국이며 천하의 중추에 자리잡고 있어 그 어떤 물품도 없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물어보는 것이오. 우리 대완국이 그대의 한나라와 통상을 하고 싶은데, 무슨 방법이 없겠소?”
장건은 무릎을 치고 싶었지만 내심을 억눌렀다.
“방법이야 왜 없겠습니까. 있고말고요. 그러나 우선 제가 월지국으로 가서 사절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한으로 돌아가야 일이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한나라에서는 대완국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통상은 말할 것도 없고, 엄청난 재물을 대왕께 선물로 보내드릴 것입니다!”
“아, 고맙소! 꼭 그렇게 되도록 힘써주시오. 그럼 그대 일행들이 월지국을 무사히 다녀올 수 있도록 길 안내자와 통역까지 딸려 보내지요. 그리고 월지국으로 가려면 강거국(康居國:시르江 하류의 터키계 유목국가. 지금은 구 소련의 키르키르 지방)도 거쳐야 하니, 불편이 없도록 미리 조처를 해 드리겠소.”
그렇게 되어 장건 일행은 강거국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강거국의 배려로 월지국까지 안전하게 전송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월지국은 대월지국(大月氏國: 아프가니스탄 북쪽, 아무르강 남쪽의 박트리아) 땅의 대부분을 정복해 대월지국을 세워 정착해 살고 있었다.
사절단장으로서의 장건이 한나라와 함께 흉노를 협공하자는 뜻을 전했을 때 대월지국왕의 대답은 간단했다.
“우리 대월지국의 국토는 비옥하고, 외적의 침입 역시 없고 보니 우리는 한없이 안락하게 살 수있게 되었소. 이런 차제에 굳이 전날의 원한을 들추어 내어 흉노에게 보복행위를 함으로써 평지 풍파를 일으킬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말이오!”
그 말을 최후통첩처럼 들은 장건은 절망적이 되었다. 그러나 체념하지 않고 대월지국의 속국이 되어 있는 대하국으로까지 찾아가 설득했으나, 그들 역시 듣지 않았다. 장건은 탄식했다.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허리와 목처럼, 대월지국에서 귀중한 것을 얻지 못한 채(要領不得:'史書'), 고향으로 돌아가는 구나!'
장건은 귀국길에 또다시 흉노에게 잡혔다. 1년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었다.
어제의 진실 오늘의 진리
입력 2001-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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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2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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