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객장에 나가보면 신이 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풀이 죽어 있는 사람
보다는 확연하게 숫자가 많다.
 전광판이 연일 가을 단풍 마냥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시중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고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연말에
600선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식시장이 강력한 터보엔진을 장착한 것처럼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다.
 '주식회사 한국'이 이제 제대로 평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확연하게 들
정도다.
 유동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믿음이 확산되고 있고 침체상태에 빠져있던 IT
업종에서도 부분적이지만 펀더멘털 개선도 나타나고 있다. 말하자면 주식시
장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의 상승세는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다.
 지난주말 부터는 금융주와 통신주의 주도권이 반도체 업종으로 넘어와 상
승강도를 더하고 있다.
 10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번 상승세가 또 한 차례의 반등랠리로 끝날 것
인지 아니면 새로운 사이클의 초기국면이 될 것인지는 실물부문의 움직임
에 달려 있다.
 다시말하면 기업들의 진정한 수익성 개선과 지속이 앞으로의 시장 흐름
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9·11 미국 테러사태(당시 종합주가지수 540.57, 코스닥지수 61.80)로 폭
락했던 세계증시의 빠른 회복세 속에서도 한국증시의 회복세는 단연 돋보였
다.
 게다가 주가는 테러이전 수준을 회복하는데 그치지 않고 종합주가지수가
580선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증권가에서는 연말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
다.
 이같은 낙관론과 기대감으로 인해 한국시장의 새로운 박스권이 600~750선
에 달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증시의 매력 포인트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선은 외국인의 '사자' 공세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가총액 기준으로 외
국인의 보유비중은 지난 1월과 4~5월, 그리고 이번 반등랠리에서 보이는 것
처럼 반등랠리 때마다 최고 수준을 넘어서면서 한국시장에 대한 시장 장악
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외국인들은 9월말이후 13일 현재까지 총 3조원어치
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고객예탁금도 지난 12일 현재 8조7천400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5천억원
이 넘게 증가했다. 주식형 투자신탁과 주식형뮤추얼펀드 등 주식형 상품으
로도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외평채 가산금리가 테러 후 급등했다 급락하는 등 국
가위험도가 감소됐다는 점과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권 국가에 대한 기피현상
으로 한국증시가 상대적으로 수혜대상이 됐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한
국시장에 대한 선호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위
험 프리미엄이 그만큼 감소했다는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이밖에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점을 들 수 있
다. 싱가포르와 대만, 일본등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은 그래도 플러스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이 관심
을 끌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요인들은 만성적인 한국시장의 상대적 저평가 상태가 해소국면에 접
어들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앞으로 지켜보아야 할 증시의 변수가 상당수 도사리고 있다.
 모멘텀이 개선되고 펀더멘털이 양호해지고는 있지만 계속될지는 불확실하
다는 점이다.
 또 이같은 모멘텀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물경기가 제대로 회복될 수 있느
냐도 관심의 대상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우리 증시는 지금 주식시장의 유동성과 안정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새로운 탈바꿈을 향한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는 시기”
라면서도 “장밋빛으로만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장밋꽃은 분명 장미꽃이지만, 아직까지는 빨간색을 제대로 내는 장미꽃
은 아니라는 말이다. 경기가 바닥을 치는 신호가 나타나야 장미꽃이 빨간색
을 띨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 열풍과 국내의 기관 및 개미투자자들의 주식
에 대한 관심 증대가 지금 증시를 한증막처럼 후끈 달구고 있다. 식을 기미
를 보이지 않은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