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 많았던 수도이전 문제가 지난 3월초 국회가 ‘행정도시 특별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일단은 방향이 잡힌 것 같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다기보다는 여야의 정략적 담합에 의하여 결정된 느낌이 많지만 일단은 18개 행정부처 중 외교·국방·안보관련 부처를 제외한 12개 행정부처가 이전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국가 백년대계에 관한 사항이고 막대한 예산과 공사기간이 소요되는 거대한 국책사업이므로 이제는 어떻게 하든지 이 사업을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당초의 목적에 맞도록 성공적으로 추진시켜 그야말로 역사에 남을 '명작’을 만들어 내야할 책무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다.
 
행정도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몇 가지 전제조건들을 짚어본다.
 
첫째로, 비록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성격이 규정되었지만 행정·관료중심의 소비도시만으로는 죽은 도시가 될 것이다. 지역 특성을 살려 교육과 과학기술 그리고 첨단산업이 함께 어우러진 생산성 있는 자족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도시의 모든 기능이 이상적으로 갖추어진 꿈의 도시, 사이언스 파크(Science Park) 개념이 도입된 첨단도시, 환경·교육·문화면에서 완벽한 최첨단 신도시를 만들어 국민도 기업도 가장 살고 싶어하는 그런 도시를 만들어야 성공할 것이다.
 
둘째로, 수도가 이원화됨으로써 필연적으로 발생될 행정의 비효율성을 극소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각종 첨단 커뮤니케이션 장치에 대한 연구는 물론 필요하다면 권력구조를 개편해서라도 신도시에 주재하는 국무총리에게 일반행정권한을 대폭 위양하는 방법도 모색돼야 할 것이다.
 
셋째로, 지금 논의되고 있는 180개 공공기관의 이전문제는 행정도시와는 별도로 신중하고 분별있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획일적, 물리적 효과에 대한 집착이나 나눠주기식 지역안배를 버리고 해당지역 산업과의 연관성을 최대한 고려하여야 한다.
 
입지의 효율성과 기능성을 검토, 이전비용이 과다하여 낭비가 심하거나 기능상 수도권 입지가 불가피한 공공기관은 제외시켜야 할 것이다. 1973년도에 실시된 46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실패 사례를 절대적으로 참조해야 한다. 당시 약40%에 해당하는 18개 기관이 지방이전에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국토균형발전을 이유로 그동안 미루어왔던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여 국가 경쟁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외국 및 국내기업 첨단업종의 입지를 즉시 허용하고 전세계적으로 그 유례가 없는 공장총량제를 폐지하며 상대적 낙후지역인 수도권 동북부지역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있어야 한다. 참여정부의 정책기조인 ‘先 지방육성-後 수도권 규제완화’ 원칙을 동시에 추진해야 나라경제가 산다.
 
세계가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한 지금, 수도권의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의 요체임을 직시하고 억압이 아닌 규제 해소를 통해 수도권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특히 수도권의 주요 당사자인 경기도가 최근 정부에 건의한 수도권 발전 방안을 적극 받아들여 수도권 발전의 로드맵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즉 수도권 규제의 상징으로 군림해온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즉각 폐지하고, 정부청사 이전으로 삶의 터전은 물론 도시의 정체성 상실위기에 처한 과천시에 대한 육성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국가 중대사안에 대한 정치적 흥정이나 제스처를 버리고 진정한 애국심과 국익을 도모하는 자세로 나라 행정을 펼쳐 국가대사를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문병대(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