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계의 활동모습을 관심있게 지켜보면 노동계의 지도부가 다분히 이성적(理性的)이지 못하고 감정적인 부분에 치우쳐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제도를 흔들어 놓는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해체고 퇴진을 요구하니 당최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우선 국민들의 합법적인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에 대한 정권투쟁은 물론이거니와 한국노총 총파업의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퇴진이다. 산재 인정을 못받았다고 방용석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의 퇴진과 노사정 위원회의 탈퇴, 최저임금이 적게 인상되었다고 최저임금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하였다. 또 보건의료노조와 관련해서 중노위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노동위원회의 해체요구와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근로자위원의 총사퇴결의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이원덕 사회정책수석의 퇴진을 포함한 청와대 노동비서실의 재편촉구에, 항운노련은 항만노무공급체제개편 지원특별법안과 관련하여 해양수산부장관의 퇴진을 주장하는 등 노동계 지도부가 최근 합리적인 결단과 행동이기 보다는 다분히 감정이 개입된 비이성적인 요구와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일부 상황에 있어 객관적인 상황 설명 대신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과 주장으로 국민들을 혼동케 하고 있는 부분도 적지않다. 최저임금심의때 경찰력이 배치된 것과 관련해 노동계는 억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괜히 경찰이 배치된 것이 아니라 노조의 지침으로 다수의 인력이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앞에서 연일 밤샘농성과 시위를 벌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근로자위원들이 사퇴한 가운데 결정된 최저임금은 위법이라는 주장도 결국 끝까지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스스로의 결정이었고 절차상 결코 위법한 결정도 아니었다.

노동부장관 퇴진 주장과 관련해서는 “김대환 노동부장관이 진정 노동자들을 다 죽이려하고 있는가”, 중노위 결정에 대해서는 “보건 산별노조의 와해를 노린 병원사용자와 결탁한 중노위의 음모”라는 식의 자극적인 표현들을 내놓고 있다.
노동위원회 역시 사용자보다는 근로자를 위한 제도로, 근로자위원들의 경우 법적으로 신분을 보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수많은 계류사건들을 외면한 채 위원직을 총사퇴하겠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노동계는 최근 일부 노조간부들의 비리 등으로 입은 도덕성의 상처와 앞으로 있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문제와 복수노조제도 시행 등을 앞두고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극단적인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부디 노동계는 세계의 변화를 인식함과 동시에 노동운동의 순수성을 되찾기 바란다. 약자이면 모두 정당한 것인가?

현재 한국의 노동조합을 결코 약자로 보지도 않지만 이제 우리 국민들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주장들을 약자(?)인 노조가 주장한다고 해서 모두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노동계는 정부부처 산하 약 70여개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이 나라의 큰 주체이다. 이러한 노동계가 장관이 퇴진하지 않으면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유아적 행태를 보인 것은 적합하지않다.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해 노동계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제 밀어붙이기식 투쟁 및 떼쓰기식 교섭의 형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합리적이고 책임있는 리더십과 국가경제 전체를 고려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줄 때이다. 이제 더 이상 합리적인 이유도 없는 정치적 총파업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함을 노동계는 잘 인식해 주길 바란다.
/이종광(인천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