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에 절대적 영향력을 가해온 20대는 지금 변신중이다.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이상징후가 나타났다. 광역단체장 지지율조사에서 진보성향의 20대 유권자의 47.3%가 보수성향의 한나라당을 지지했다.
 20대는 탄핵역풍이 몰아쳤던 2004년 총선때만해도 유권자의 절반인 49.0%가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는데, 이번에 반대 현상을 보였다. 언제나 보수보다 진보성향의 정치집단을 지지했고, 설사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쪽으로 가려고 노력해왔던 그들이 집단으로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그전의 여러선거에서도 20대+진보의 '찰떡궁합'은 한결같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깨진 것인가. 일과성인가. 그렇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탈이념화를 선언한 것인가. 지방선거후 중앙의 한 종합일간지에 보도된 20대들의 선거대담내용을 보면 감이 잡힌다.
 “요즘 학생들은 사회진출에 대한 엄청난 위기의식을 갖고있다. 강박관념에 가까울 정도다. 여기다 언론이나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은 경제가 어렵다, 살기어렵다는 것뿐이니, 자연히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여당에 대한 불신감이 커졌다.”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3년전에 비해 경제는 더 나빠지고, 취업(청년실업률7%)은 더 어려워졌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4년제대학교가 '6년제'로 변했는데 그 이유를 아십니까. 선진국과 국내 대학생사이의 '학력 양극화'가 날로 악화하고 있는데 무슨 대책이 있습니까.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인데 선성장정책을 펴지 않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여러이유가 있겠지만 적어도 이들은 여당과 정부, 그리고 청와대에 이런 질문을 하면서 표를 던졌을 것이다.

 학생들의 선거평가내용중 더욱 관심을 끄는것은 “20대가 보수화됐다는 평가가 많지만, 사실 20대가 실용적이 됐다는 평가가 더 정확하다”고 말한 대목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20대가 한나라당에 표를 준것은 젊은이들이 마침내 보수로 전환한 것이라고 흥분하고있다. 그러나 이에 20대의 반응은 싸늘하다. 20대는 스스로를 실용주의자라고 잘라말한다. 실용주의가 보수와 가깝다고 그러는 모양인데, 멋대로 판단하지 말라는 투다.

 20대의 이런 변화는 IMF이후 대학생들 사이에 대거 유학바람이 불면서 잉태됐다. 우리의 산업구조가 글로벌체제로 편입되면서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가진 인재를 선호하자, 너도나도 휴학계를 내고 유학과 어학연수를 떠난것이다. 현재 외국에 유학중인 대학생은 30여만명. 최근 5년동안 어학연수를 포함한 유학생수는 200만명(추정)이 넘는다. 유학파를 중심으로 실용주의 20대파워가 등장하고,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철저한 비즈니스마인드로 무장하고 있다. 어학연수와 유학을 다녀온 대학을 보면 미국을 비롯한 영국·일본등의 선진국 명문대학이다. 학생들은 이들 국가와 대학에서 국제경쟁력과 성장우선정책이 경제활성화와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하는지를 보고 느꼈다. 경쟁력을 위해 모두를 올인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이런 시각의 20대 유학파들 눈에 열린우리당과 정부의 국가정책이 어떻게 비춰졌겠는가. 지난 3년간 부동산과 세금정책을 비롯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이르기까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사회근간을 흔들어 놓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했겠는가. 여기다 국내에서 공부한 취업재수생까지 합쳐져 “이대로는 안되겠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실용주의를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20대가 이번선거에서 한나라당에 표를 준것은 한나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집권당의 좌파적정책을 경고했다고 봐야한다. 지금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데, 분배타령만 늘어놓고 있느냐는 질책이다. 앞으로 한국정치는 20대 실용주의파가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여야는 아직도 자기계산에 빠져 이를 적확하게 읽으려 들지않는다.

 급속한 노령화로 50대이상이 한국정치에 막강한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그래도 20대는 아직 “우리편”이라고 한다면 그건 착각이 아니라 망상이다. 내년 대선에서 20대는 그들의 생각을 공유해 주는 당과 후보에게 몰표를 던질 개연성이 높다. 20대의 변신을 모르면 필패다.

/이 상 우(경원학원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