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어딘가 떠나고픈 계절이다. 물든 나뭇잎이 소소하게 떨어지는 고요한 산길, 억척스런 생명력이 느껴지는 어촌…어디든지 눈물겹다. 이 즈음 뒤적거려 볼만한 책. 최상운(38)의 포토 에세이 '마라도 청년, 민통선 아이들'(실천문학사 간)과 안치운(47)의 산문집 '그리움으로 걷는 옛길'(디새집 간)이 나왔다.

'마라도 청년, 민통선 아이들'은 제주도에서부터 민통선까지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과 글을 엮었다. 저자는 사진작가라고만 소개하기가 어색할 정도로 글솜씨가 좋다. 저자의 밝은 눈으로 잡은 앵글의 멋부리지 않은 사진은 정취를 더한다. 책은 정선선 비둘기호 열차의 풍경으로 시작해 홍길동전에 나오는 율도국의 모델 위도, 우포늪, 꼬막캐는 벌교 아낙네, 과메기 바람 부는 호미곶으로 이어진다. 강구항의 어부 형제 이야기며 순창 5일장, 마라도 자장면집 풍경도 정겹다.

중간중간 쉼표처럼 끼어든 화보는 서산휴게소의 할리 데이비슨 동호회, 밭에서 돌 골라내는 아낙, 청학동 사람들을 담았다. 120컷, 34편의 다큐멘터리는 안성의 백년된 여관 광세여인숙에서 종지부를 찍고 있다. 279쪽. 1만원.

'그리움으로 걷는 옛길'은 지난 99년 학고재에서 출간됐던 '옛길'의 개정 증보판이다. 우리나라 산과 오지의 고요한 아름다움이 미려한 문체의 산문과 컬러 사진으로 정리돼 있다. 연극평론가인 저자는 고요한 오지의 미학과 함께 오지 사람들과의 교감, 풀끝에 사뿐히 앉은 잠자리 등 작은 풍경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강원도 진동계곡에서 곰배골, 방태산 대골과 아침가리, 경상도 봉화의 옛길, 주왕산 산길, 전라도 해남의 달마산 옛길, 충청도 의풍리 옛길, 경기도 가평 옛길 등 13곳의 옛길이 책 안에 펼쳐져 있다. 사진은 유동영의 작업. 383쪽. 1만6천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