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광장, 동방명주에서 바라보는 거대한 중국이 아닌 저 낮은 뒷골목에 있는 중국의 또다른 진실을 다룬 책 '저 낮은 중국'(이가서 刊)이 '퍼슨웹'에서 최근 번역·출간됐다. 인터뷰와 논픽션 다큐멘터리를 전문으로 다루는 문화프로젝트 '퍼슨웹'의 첫번째 번역서인 이 책의 원제는 '중국저층방담록(中國底層放談錄)'으로 개혁개방기의 중국을 밑바닥에서부터 떠받치면서 살아가는 중국 저층 사람들의 삶을 압축해 놓고 있다.

중국의 반체제 시인인 라오웨이가 13억 중국인의 대다수를 이루고 가진 것 없고 소박한 인민들을 인터뷰로 만나 기록해 펴냈으며 대만과 프랑스에서 번역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판금된 적도 있다. 이미 천안문 사태때 감금된 경험이 있는 라오웨이는 이 책으로 인해 다시 중국 정부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지목을 받게 된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중국 당국이 예민하게 반응할 만큼 공룡으로 변해가며 역사를 왜곡하고 한없이 오만해져가는 중국 현대사의 아픈 진실을 저자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공업화와 사회주의화를 위해 시도되었던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수없이 많은 인민들이 굶어죽고 심지어 인육을 먹는 사태까지 낳았던 뼈아픈 역사부터 관료주의와 자본주의의 잔재에 대항하고자 붉은 정열로 시작했으나 정치적 광기로 변질돼 내전 상황에까지 치달았던 문화대혁명, 개혁개방이 낳은 모순과 억압적 정치체제에 항거하고자 나선 대학생과 젊은이들에게 끔찍한 탄압을 가했던 천안문 사태까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며 세계의 공장이 되어가는 중국의 상처 깊은 속살을 현대사를 거치며 거대한 파도를 헤쳐온 중국 인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들여다본다.

1장은 개혁기가 만들어낸 주변인의 이야기로 급격한 자본주의 사회변화 속에서 고통받고 방황하는 인물들을 보여주며 2장에서는 비교적 '정상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역사 속에서 체험하고 느껴온 것들을 들려준다. 마지막 3장은 정치운동에 의해 삶이 결정된 사람들의 이야기로 반우파투쟁부터 문화대혁명까지 격렬한 정치운동 참가자와 타도 대상이었던 이들이 똑같이 피해자였던 것을 극명하게 밝혀내고 있다.

우리의 1960~70년대 개발독재 시절 박정희 대통령만 있었던 게 아니라 조세희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난쟁이'들이 있었듯 이름없는 중국 민중들의 모습이야말로 중국의 현재를 가장 잘 드러낸다. 이향중 옮김. 376쪽. 2만3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