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꿔온 중요한 유물발굴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사를 뒤흔든 발굴'(이종호 지음·인물과사상사 刊)이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은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해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히타이트를 거쳐 스키타이, 중국,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에 이르는 발굴의 여정을 천연색 사진들과 함께 입체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낯선 세계를 향한 인간의 끝없는 발굴과 탐험의 여정을 발견하게 된다. 또 지금의 세계사는 바로 낯선 생각과 미지의 세계에 과감히 도전했던 인물들에 의해 끊임없이 수정되고 보완되어 온 역사라는 사실도 더불어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집요하고도 지속적인 탐구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고고학자 세람은 고고학의 시초로 1485년 로마의 아피아 가도에서 우연히 미라 소녀가 발굴된 사건을 꼽았는데 이는 고대의 보물이 아니더라도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첫 사례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유물 발굴은 1748년 나폴리의 찰스 3세가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매장된 폼페이를 발굴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시작됐다. 폼페이 발굴은 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래야 무덤에 지나지 않는다는 일반 사람들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은 일대 사건이었다.

이보다 더 극적인 계기는 바로 나폴레옹의 역사적인 이집트 원정에서 비롯된다. 나폴레옹은 1798년 원정을 떠나면서 수많은 학자들을 대동했는데 이후 이집트라는 낯선 고대 문명에 대한 호기심은 열병처럼 유럽 사회를 휩쓸었다.

지금은 세계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히타이트 제국! 그러나 이들 역사가 인류의 망각 속에 묻힌 뒤 세계사의 무대에 재등장한 것은 불과 100~200년 전 일이다. 유럽인들에게 막연히 '성서'의 땅으로 알려졌던 중근동(中近東)은 쐐기문자(설형문자)의 해독과 함께 본격적으로 역사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이밖에 중국 진시황릉의 발굴과 아프리카의 대짐바브웨 유적 발견을 통해 서구 중심의 역사에 대한 성찰이 일어나는 계기가 됐다며 유적발굴의 큰 영향력에 대해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