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집중력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들을 선보여온 이영주 시인이 첫 시집 '108번째 사내'를 펴냈다.
황폐화된 도시 안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폭력성을 세심한 묘사와 시적 직관으로 묘사해내는 시인의 시는 낯익은 듯하면서도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우리에게 더욱 선명하고 위협적으로 삶의 폭력을 보여준다.
시집에 나타나는 폭력의 이미지들은 기괴하고 감각적이다. 화단에 쪼그리고 앉아 꽃 속의 벌레 알을 품고 새끼를 까려는 여자의 “희번득”한 웃음('오후의 풍경'), 거품을 게우고 파닥거리면서도 “오늘밤도 이불 둘둘 말고 침을 흘리”고 있는 어머니('만선'), 이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차가운 총구를 핥”거나 날아가버린 머리통을 매일 찾으러 다니고('이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않고'), “부서진 다리로 해골을 툭툭 차는 어린”아이들은 “당신을 뜯어먹고 있”다('네크로폴리스 축구단'). 시인은 이렇듯 파편적이고 분절적인 풍경들을 겹쳐놓는 방식으로 이미지들의 중첩과 증식을 꾀하며 시적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러한 '이미지의 연출'을 통해 그려지는 그로테스크한 환몽으로서의 현실은 우화적이고 연극적인 형태로 나타나지만, 그 속에는 폭력이라는 치명적이고 지독한 리얼리티가 포함돼 있다. 시인은 지난 2000년 문학동네 신인상 시 부문에 '맹인' 외 4편이 당선,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영주 시집 '108번째 사내'
입력 2005-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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